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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니·체코'…현대차, 전기차 '글로벌 기지' 영토 확장
중국 충칭5공장, 엔씨노·라페스타EV 생산 예정
동남아 '인니'·유럽 '체코' 친환경 기지로 구축할 듯
2019-07-30 16:26:24 2019-07-30 16:43:04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해 글로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 세계 시장 규모 1위인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체코에도 생산 기지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 충칭 5공장에 올 하반기 현지 출시하는 전기차 물량을 배정할 계획이다. 한해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충칭 5공장에서는 현재 엔씨노(코나), 중국형 쏘나타 라페스타 등이 생산되고 있는데 여기에 전기차 모델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인 생산 계획은 검토 중"이라며 "생산 물량을 투입하려면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대차그룹의 주력 시장이었지만 현지 자동차 산업 전반이 침체하면서 국내 기업들을 비롯한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고전 중이다. 중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시장만은 점유율을 높여가며 성장세를 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올 상반기 전기차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48.5% 늘어난 61만4000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비야디(BYD)의 고속 성장만 봐도 중국의 전기차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9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엔씨노 전기차. 사진/현대차
 
비야디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7억4973만위안(한화 129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6배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1만7578대를 기록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11.32%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에서 엘란트라(아반떼) EV, 쏘나타 하이브리드·플러그인 3종의 친환경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 132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충칭 5공장을 친환경차 생산 전진 기지로 삼고 중국 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뿐 아니라 신흥국과 유럽에서도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판을 넓히고 있다. 오토바이 같은 이륜차와 일명 '툭툭'으로 불리는 삼륜차가 주요 이동수단인 동남아시아의 경우 최근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전기차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부 카라왕 지역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8일 콤파스 등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면담 후 "현대차는 약 10억달러(한화 1조1200억원)를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며 "오는 11월 서울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전기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동차 기업에 전기차를 생산할 것을 주문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여기에 현대차도 포함됐다. 투자 유치를 위해 세금 감면 등의 정책을 수립 중이며 정 수석부회장과 면담한 빈사르 판자이탄 장관은 전기 배터리 공장, 전기차와 오토바이 생산·구매·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은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를 경쟁적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 시장은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지역이라 자동차 기업들도 섣불리 뛰어들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에 대해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지난 22일 현대차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최병철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아세안 시장에 공장 건설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에서는 체코공장을 친환경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는 코나EV, 니로EV, 아이오닉EV, 쏘울EV 등의 친환경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 모델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코나EV는 경쟁 차종보다 저렴하면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500km에 달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코공장에서는 내년부터 코나EV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가 체코공장에 배터리 조립라인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체코공장을 본격적으로 유럽 친환경차 기지로 전환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친환경차를 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가 2억명이 넘고 자동차 생산량도 100만대에 달하는 등 동남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므로 이번에 진출은 하지 않더라도 현지 시장 조사 후 추후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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