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니 손님도 늘었어요"
우수 전통시장 '망원시장', 가격표시제·특화서비스로 젊은층 '핫플' 등극
입력 : 2019-07-24 16:02:53 수정 : 2019-07-24 16:43:4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24일 방문한 망원시장은 비가 내리는 평일 오전이었지만 오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장바구니 카트를 끌고 나온 할머니, 유모차에 탄 아이와 함께 나온 젊은 주부, 스마트폰 속 정보와 실제 시장의 모습이 맞는지 확인하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고객층도 다양했다. 하루 평균 유동 인구가 2만명에 이른다는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 과언이 아니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은 인지도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전통 시장이다. 7개의 노점을 포함해 총 94개 점포에 300여명의 상인들이 종사하고 있다. 망원시장은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핫플레이스다. '나혼자 산다'와 같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노출되고 다양하고 특색있는 먹거리로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 하루 평균 50건씩 피드가 올라온 덕분이다. 
 
이처럼 망원시장이 입소문을 타고 우수 특성화시장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망원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다. 시장 상인들은 대형 쇼핑몰과 마트 등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자가 인근 지역에 등장할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 환경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정부의 지원 사업만으로 이루기 어려운 성과다.  
 
김진철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시장 활성화에 나서게 된 계기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꼽았다. 대형마트와 맞서면서 상인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 상인들은 홈플러스와 상생을 논의한 결과, 대형마트는 시장에 직접적 피해가 되는 국거리 외 15개 품목 취급을 제한키로 했고 망원시장은 소비자들이 더 오고 싶어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 특화된 여러 서비스들을 개발했다. 
 
망원시장은 제로페이 가맹률이 85%에 이른다. 사진은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이 제로페이를 사용해 물건을 구입하는 모습. 사진/김진양 기자
 
망원시장은 우선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에 주력해 이미지 개선을 꾀했다. '전통시장은 낙후돼 있다'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면서 젊은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 예로부터 시장이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square)' 역할을 했다는 점에 착안해 사각형 모양의 로고를 만들어 장바구니, 쇼핑백 등 자체 홍보물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고객안전선 준수, 친절, 위생, 화재예방, 신용카드·제로페이 등 주요 결제수단 적극 도입 등 전통시장 5대 핵심과제도 완벽히 수행 중이다. 망원시장은 모든 점포가 신용카드 가맹계약을 맺었으며, 제로페이 가맹률도 85%에 이른다. 중고등학생 등 나이 어린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티머니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티머니의 경우 교통비 1000원 즉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장보기 대행 서비스와 인근 회사·학교 대상 먹거리 배송 서비스는 망원시장에서만 누릴 수 있다. 직접 장을 보러 오기 어려운 노약자 혹은 장 볼 시간이 없는 직장인의 경우 망원시장 콜센터로 전화를 하면 장보기 도우미가 직접 물건을 구매해 집으로 배송을 해준다. 예를들어 명절이 다가와 제수용품이 필요하다면, 장보기 도우미가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가 있는지, 무엇이 특별히 더 필요한 지 등을 물어보고 고객이 요청한 예산에 맞춰 시장 내 점포에서 고루 제품을 구입해준다. 배송 수수료는 5만원 이상 구입 시 무료이며, 그 미만은 건당 2000원이 소요된다. 
 
또 주변 회사나 학교에서 워크숍, 체육대회 등 행사를 할 때 과일이나 먹거리가 필요할 경우 요청을 하면 먹기 좋은 수준으로 손질을 해서 배송을 해준다. 시장 내 복합 문화공간에 음식 조리 공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다. 만약 뷔페 서비스를 원한다면 전용 식기도 대여해준다. 
 
망원시장은 90여개 점포가 모두 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김진양 기자
 
무엇보다 전 점포가 동참하고 있는 '가격표시제'는 망원시장 최대 자랑거리다. 지난 23일부로 가격표시제 100%를 달성했다는 망원시장은 과일·채소, 생선, 밑반찬, 공산품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가게에서 가격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을 묻고 흥정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는 것. 매일 매일 가격이 변하는 신선식품의 경우 날마다 새로운 가격을 반영해 표기를 하고 있다. 황재오 망원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가격표시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역점 사업이긴 하지만, 망원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문화"라며 "고객의 알권리를 제공한다는 기본 원칙으로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망원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그 동안에는 시장은 물건 가격이 들쭉날쭉하다는 인상이 강해 고객들의 신뢰가 크지 않았는데, 가격표시제를 하고 난 후부터는 믿고 사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용량으로 사전 포장을 해놔 고객들은 필요한 양만큼 편리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을 묻는 고객들을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인건비 절감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부 고객들은 "굳이 시장에서도 정찰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식문화 환경이 바뀌면서 대체로 새 시스템에 적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망원시장은 앞으로도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매달 두 차례 정기 회의를 열고 있는 상인기획단이 중심이다. 최근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서비스 확대다.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운영 중인 '캐리어 보관서비스'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8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장기적으로 캐리어를 인근 호텔이나 공항으로 보내주는 형태로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 상인들과 건물주들이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지 않도록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향후 주요 과제다. 망원시장은 전체 40여개 건물 중 약 10개 정도만 상인이 직접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획 부동산 등이 개입해 임대료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상인회는 임대료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시장을 대표해 건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상인들이 살아남아야 건물도 살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상생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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