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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출마설에 묻히는 금융혁신
2019-07-17 08:00:00 2019-07-17 08:00:00
이종용 금융팀장
오는 19일로 취임 2년을 맞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총선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 관료의 교체 가능성과 함께 최 위원장의 총선 출마설까지 더해지며 정치권은 물론 금융권도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최 위원장도 출마설에 대해 본의 아니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 자리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며 부인했다가 "국회의원을 하려면 고향에서 해야지 비례대표 출마는 절대 일어날 일이 없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총선 출마를 부인하고 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권 차원의 '차출'이 이뤄질 경우 무조건 거부하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회 등판이든, 유임이든 문재인정부의 경제관료 중 현재까지 최장수 장관으로 남아있는 최 위원장의 거취가 기로에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당국 내부에서도 말만 오갈 뿐 개각과 관련해 명확한 실체가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장관 교체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직원들이 만약을 대비해 휴가 일정도 마음대로 잡기 어렵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선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정부와 여권 입장에서는 최 위원장이 '총선 필승카드'일 수 있겠지만, 이 같은 정치적 상황이 더 부각되면서 금융혁신 정책이 뒷심을 잃을지 우려된다. 최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등 금융시장 안정은 그의 업적으로 꼽히지만, 여러가지 금융혁신 과제는 여전히 미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인터넷은행 출범이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제3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었지만 신청자들의 자격미달로 실패했고, 올 하반기 신규 인사 재추진 일정을 내놓았다. 인터넷은행법 틀 내에서 심사 운영방식만 손질하다보니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국은 내년 초 새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겠다는 목표지만, 최 위원장이 도중에 교체될 경우 순조로운 출범을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의 뿌리로 지목되는 금융감독시스템 개편은 지금 상황에서는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금융부문 국정과제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개편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이 현 체제 유지를 고수하면서 감독체계 개편은 여전히 미원이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 결과부터 최근 특별사법경찰, 키코 재조사까지 두 기관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최 위원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경우 두 기관의 불편한 동거가 마무리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정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 금융위원장 교체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역대 금융위원장들 모두 임기 3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교체돼왔기 때문이다. 평균 임기가 2년 안팎이다. 안타까운 것은 최 위원장의 출마설로 금융권 이슈가 정치화되고 금융당국 수장의 출마 여부에 시선이 너무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 위원장을 '조만간 떠날 수 있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고 금융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미완의 국정과제와 금융혁신에 집중할 때다. 금융위원장의 공식적인 임기는 아직 1년이나 남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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