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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전환사채 권리행사 급증…개인들만 ‘속타’
CB 권리행사 금액, 전년보다 91.4% 증가한 5970억원
2019-07-10 01:00:00 2019-07-10 01: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올해 상반기 주식 관련 사채의 권리행사 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주식수 증가에 따른 물량부담은 개인들이 떠안게 됐다. 반면 주식 상승으로 전환권을 행사한 기관은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예탁결제원을 통한 주식 관련 사채의 권리행사 건수는 1275건으로 지난해 하반기(859건)보다 42.4% 증가했다. 행사금액은 7626억원으로 같은 기간 4415억원보다 72.7% 증가했다.
주식 관련 사채는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발행할 때 일정한 조건(전환가액, 행사기간 등)을 달아 발행사의 주식 또는 발행사가 담보한 타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 또는 교환할 수 있게 만든 채권이다.
 
주식 관련 사채별로 보면 CB 행사건수가 996건으로 전체의 78.1%를 차지해 압도적이었다. BW는 16.9%, EB는 5.0%를 차지했다. 행사금액도 CB가 5970억원(78.3%)로 가장 많았고, EB는 1387억원(18.2%), BW는 269억원(3.5%)이었다.
 
특히 CB의 경우 행사건수와 금액 모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CB는 직전 반기(473건)보다 110.5% 증가한 996건, 금액은 91.4% 증가한 597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BW 행사건수가 43.1%, 금액이 71.2% 감소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권리행사 증가의 주된 요인은 CB 발행기업의 주가가 행사가격을 상회한 데 따른 것이다. CB는 발행 이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CB 투자자는 채권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미리 정한 가격보다 상승할 경우 전환권을 행사,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청구해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때 회사는 신주를 발행해 지급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은행이나 일반 채권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주식전환권리(옵션)를 주는 대가로 금리를 낮출 수 있기 때문. 또한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빚이 자본으로 전환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CB 전환권을 행사한 기관들은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최근 플레이위드는 지난달 25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9일 현재 신고가인 5만770원을 기록해 지난 4월 저점(5920원)에서 80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주가 급등으로 CB를 보유하고 있던 유진투자증권은 막대한 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년 플레이위드의 CB 57억원을 인수한 후 지난 1일에 전환사채 4억원가량을 주당 7062원에 6만1029주로 전환했다. 9일 기준으로 수익률은 664%에 달한다.
 
지난 4일 플레이위드는 15회차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사모로 다시 발행했다. 표면금리와 만기이자율이 0%다. 전환가액은 2만4164원으로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이다. 채권 만기는 오는 2022년이지만 전환청구는 2020년부터 가능하다.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신규로 발행되는 주식만 41만3838주, 주식총수 대비 9.78%에 해당한다.
 
문제는 개인이다. 대부분 사모 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CB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CB 발행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증가로 인한 주가 희석이란 불신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CB를 발행한 기업 가운데 일부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B를 발행한 기업들은 만기가 다가오면 채권을 갚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차라리 주가를 높여 주식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며 “CB 만기가 다가오는 기업의 경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반기 주식 관련 권리행사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폴라에너지앤마린 1회 EB(765억원)였으며, 롯데관광개발 5회 CB(289억원), 예스티 2회 CB(27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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