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씨가 10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금지약물 복용 선수에 대해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전문 법조인들은 형사처벌 의무화에 앞서 각 스포츠협회 내부 처벌 규정 강화 등을 거쳐 금지약물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이씨의 유소년 야구교실에 다닌 학생 선수 7명에 대한 도핑 검사를 했는데, 이 가운데 2명에게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오며 큰 파문을 낳았다. 야구 기술 대신 금지약물 복용을 가르친 꼴이 된 이씨는 지난 2일 학생 선수들에게 스테로이드의 한 형태로 금지약물인 아나볼릭스테로이드를 투여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구속됐다.
아마추어 선수에게까지 어두운 금지약물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스포츠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금지약물에 대해 관대했던 그간의 관행을 지적하며 진작에 프로 단계부터 금지약물에 대해 엄벌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KBO는 2012년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선수에 대해 10경기 출장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고, 2015년에 적발한 선수에게는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KBO는 이듬해가 돼서야 시즌의 50%인 72경기 출장정지 제재를 적용했다. 과거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일부 선수들은 현재 별 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이에 따라 내부 규정을 토대로 처벌하는 스포츠단체 범위를 넘어 국회 입법화를 거쳐 형사처벌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해외에서도 점차 처벌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도핑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형법을 적용해 형사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이탈리아는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해 금지약물 문제를 엄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회에는 아직까지 관련한 발의 법안이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형사처벌 의무화는 과도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무차별적 형사처벌보다는 선수가 속한 협회 차원의 도핑 교육이나 내부 규정 강화 등으로 금지약물 복용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과거 KADA 제재결정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은 '자기결정권'과 관련 있는데 형사처벌 규정을 두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고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볼 수 있다"며 "금지약물을 관리하는 주체는 그 선수가 속한 협회가 돼야 하며, 협회도 정기적인 도핑 교육 등을 통해 금지약물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스포츠중재변호사단에서 활동한 한 변호사는 "협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금지약물을 규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형사처벌까지 범위를 넓히면 이는 일반화하기 어렵고 민감한 부분"이라며 "금지약물이 계속 변경되는 문제도 있고 기준 마련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모 스포츠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도 "처벌 범위가 모호할 수 있어 협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법이 있으면 나쁘지 않지만, 이미 기존의 약사법 위반죄 같이 의율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하고 협회 내부 규정도 있다"고 밝혔다.
야구 에이전트인 한 변호사는 "이전에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레전드로 대접받는 등 국내 프로야구가 약물에 관대했던 것은 맞다"면서 "다만 금지약물 문제는 일종의 속임수와 같은 것인데 협회 내에서 제재를 가하는 게 맞지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역설했다.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이여상이 지난 2012년 4월18일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아웃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