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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차별 없애고 규제 철폐…일자리 50만개 창출
제조업 중심 산업체질 '위기감'…8년 계류 서발법 국회 통과 '먼길'
2019-06-26 16:08:49 2019-06-26 16:08:49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데는 제조업에 의지하고 있는 국내 산업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수출 둔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수와 일자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 발전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서비스 혁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26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은 보건, 관광, 콘텐츠, 물류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재정·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없애겠다는 게 골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부총리 지명 직후 서비스산업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이후 7개월만에 관련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4대 혁신 전략'과 '업종별 성과 창출 전략'을 통해 앞으로 5년 안에 양질의 일자리 50만개를 추가 창출하고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을 5%포인트 확대한 64%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국내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59.1%로, 미국(79.5%), 일본(69.5%), 독일(68.1%) 등 주요 선진국 비해 10%포인트 가량 낮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45.8%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위에 머물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제조업과의 차별 해소를 첫 번째 혁신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업종에 국한했던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대상을 대부분의 서비스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비스산업 스타트업도 5년간 소득세와 법인세를 50% 감면받고 3년간 16개 부담금을 면제받는다. 
 
유망 서비스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5년간 7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연도별 공급 계획은 올해 12조8000억원, 2020년 13조4000억원, 2021년 14조6000억원, 2023년 15조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또 15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를 활용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민간투자도 확대한다. 올해 9월까지는 서비스산업의 해외진출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수출금융을 3년간 1조원 늘릴 계획이다.
 
제조업에 비해 체계화되지 않은 기초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내년 상반기까지 서비스 표준화 전략을 마련하고, 5년간 정부 서비스 기술개발(R&D) 투자에 6조원을 지원한다. 민간 기업의 R&D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세액공제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서비스산업 규제혁신 차원에서 각 부처별로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입증위원회를 통해 기존 규제를 재검토하고, 규제샌드박스 활용을 확산한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융합 발전할 수 있는 생태환경도 조성한다. 정부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위해 제조전분서비스, 연구개발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서비스 중소기업이 ICT(정보통신기술) 솔루션을 접목해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도록 '스마트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프로세스 관리, 물류관리, 사물인터넷과 같은 ICT 솔루션을 업종별, 기업별로 맞춤 지원하기로 했다.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과 별도로 보건, 관광, 콘텐츠, 물류 등 유망서비스에 대한 규제 개선 계획도 세웠다. 이 계획에는 관광특구에 의료광고를 허용해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용 사후면세점의 즉시 환급 한도를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임 셧다운제도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다만 부모의 요청이 있을 때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식으로 부분적인 완화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우리나라에서만 적용하는 법이라서 민간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올해 중으로 여성가족부와 협의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서비스산업 발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20여차례에 달한다. 오랜 기간 서비스산업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긴 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 여전히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특히 정부의 혁신 전략을 가동하려면 개정해야 할 법안이 많아 앞으로 갈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이후 장기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과거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을 맡고 있던 홍 부총리가 문안 작성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신설해 이해관계가 첨예한 과제를 협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위원회를 통해 5년 단위의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서비스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거버넌스를 체계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장기 목표다. 
 
현재 6월 임시국회가 반쪽 가동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법안이 입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이 법안의 대상이 되는 16개 서비스산업에 의료부문이 포함된 것이 문제가 돼 '의료 영리화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다시 입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부문이 제외됐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견을 내놓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신설하고 5개년 기본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된 이후에 가능하다"며 "정부는 이 법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야당 쪽에서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설득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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