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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다시 권력기관개혁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정책기획위 국민주권분과위원
2019-06-19 06:00:00 2019-06-19 06:00:00
얼마 전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화 과정에서 경직된 관료사회를 빗대 '마치 집권 4년차 같다'는 표현을 해 화제가 됐다.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선거 이후 이제 막 2년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인데도 마치 집권 4년차 같은 느낌이 든다. 상황이 힘들어지고 있다. 지지부진한 개혁과 경제성과 부족으로 구 기득권층은 목소리를 높이고, 지지층은 이탈하는 엄중한 상황이 오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은 정권의 사회개혁 전반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수 있는 시금석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촛불혁명으로 적폐청산과 권력기관개혁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운 정권이 탄생하면서 권력구조 전반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했다. 그러나 이 중요한 개혁과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지층이 실망해 등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다.
 
복잡한 정치 과정이 수반되기는 하지만 정치권력은 1회적인 선거를 통하여 권력획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권력기관 개혁은 제도 개혁이 수반돼야해 결코 1회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입법을 통한 제도적 개혁과정을 거쳐야만 완수되는 것이다. 입법으로 완성하지 않으면 쉽게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집권 이후에도 집권세력이 강한 개혁의지를 가지고 지속 노력해야만 완수 가능한 과제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그 속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기관을 수단으로 하는 통치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현 정권에서도 적폐청산 도구로 주로 검찰이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권력기관 개혁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점점 힘들어진다. 정치권력이 우위에 있는 정권 초기에 바로 시작해야하는 시급성 있는 과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권력기관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이다. 이들 조직은 모두 위계질서에 익숙한 관료집단으로 자율적인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조직은 아니다. 위 기관들은 정보, 수사, 기소 권한을 중첩적으로 가지고 있어 개혁과정에서 상호간 권한의 배분, 이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집권세력이 개혁과제를 수행할 조직을 정비하고 로드맵을 설정해 계획적으로 진행해야만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권력기관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가이드 라인을 정한 후 상·하향 개혁방식을 동시 적용해야한다.
 
참여정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검찰과 경찰에 자율적으로 추진하게 했다가 실패한 경험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2년 동안 행정부의 위원회들을 통한 권고로 권력기관개혁을 진행했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은 긍정적인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문재인정부의 권력기관개혁은 방향과 속도 면에서 모두 미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국회의 구성,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개혁의 불가역적 완성은 입법을 통해 가능한 것인데 현재 국회 상황으로는 개혁입법 통과가 쉽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정부 내에 권력기관개혁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희미하고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개혁과정이 일관되지 못하고 각 권력기관 별로 개혁 수준의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문재인정부는 3년 남았다. 어떻게 해야 권력기관개혁이라는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입법을 통한 개혁은 내년 국회의원선거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지금이라도 권력기관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점검해야한다. 로드맵도 다시 설정해야한다. 권력기관은 자신의 권한을 제약할 수 있는 안을 결코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다. 개혁을 하기 위한 재정비를 하지 않는다면 다시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법,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국회를 설득해야한다.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적폐청산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개혁 동력이 상실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 관심의 초점은 이미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권력기관과 관료들의 힘이 정치권력을 압도하기 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김남준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정책기획위 국민주권분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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