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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디지털로 신남방 소비자금융 활로 찾는다
지분한도·인적네트워크 장벽…현지 핀테크사 제휴로 평판·수익창구 제고
2019-06-03 15:19:35 2019-06-03 15:19:35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뱅킹’ 전략으로 신남방 소비자금융 공략에 활로를 만든다. 아세안 지역의 리테일 시장이 부각되고 있으나 해당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진입에 한계를 두고 있어서다. 시중은행들은 현지 유력 핀테크와의 제휴를 통해 브랜드 평판을 제고하고 다양한 수익창구를 찾겠다는 의도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남방 진출을 전략 확대를 위해 현지법인의 모바일 채널을 강화하거나 아세안 지역 핀테크와의 업무협약으로 모바일 뱅크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현지법인인 신한인도네시아는 지난달 10일 올해 상반기부터 신한 쏠(SOL)을 현지에 적합하게 업그레이드 해 모바일을 출시할 것을 알렸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전자지갑 서비스 업체인 '모모(Momo)', SNS ‘잘로(Zalo)’에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모바일 소비자 금융사 ‘아꾸라꾸(Akulaku)’와 업무제휴도 체결해 신남방 시장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디지털 뱅킹’을 앞세워 지난 3월 캄보디아 ‘파이페이(Pi pay)’와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신남방 리테일 시장 확장을 모색중이다. 파이페이는 현지 1위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국민은행은 파이페이가 보유한 가맹점을 함께 이용해 빠른 속도로 캄보디아 ‘페이’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특화된 디지털 뱅킹을 개발해 소매금융 시장으로 진출을 계획중이다.
 
우리은행도 ‘그랩(Grab)’의 영업망을 활용해 아세안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랩은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36개 도시에서 공유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캄보디아에 그랩 운전자들에 대한 대출상품을 출시했고 향후에도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모바일 플랫폼 ‘라인(Line)’과 손잡고 디지털 소매금융시장 강화를 구상중이다.
 
은행권이 진출을 희망하는 신남방 국가 중 상당수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규제가 있다. 인도(5%), 베트남(15%) 등 지분 보유에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태국은 7000억원의 최저 자본금 조건을 차치하더라도 과거 1997년 금융위기 당시 ‘미운털’이 박혀 금융업 재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1일 신남방특위 제2차 간담회에서 서병호 아세안금융연구센터장은 “IMF때 우리나라가 태국에서 대거 철수했는데 당시 우리와 접점을 만들었던 태국 정부 관계자 분들이 이제 요직을 맡게 돼 당국 간의 관계 해소가 쉽지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은행들이 진출에 힘을 썼던 국가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국가에 한정됐다. 근래 부각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40%에 불과한 계좌보유율과 우리나라보다 높은 예대마진도 매력적이지만 인니 정부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 개수를 대폭 줄이려 해외은행 진입을 허용한 탓도 컸다. 
 
시중은행들은 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한 점포망 확대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현지 당국의 허용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 현지에 학습 차 6개월 이상 파견을 가 시장연구를 하고 사무소, 지점을 두고 현지를 배워 규제의 우회로를 찾아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희가 제휴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이미 영업망이 구축돼 있어 시장진입에 대한 현지 당국들의 규제가 은행업 보다는 높지 않다”며 “당장의 제휴를 통해 수익구조를 만들기 보다는 인지도를 높이고 평판을 쌓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사진/각사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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