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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된 네이버, 동영상·기술 플랫폼 진화로 제2도약 꿈꾼다
'드루킹' 몸살에 앱 개편…유튜브·페이스북 등 글로벌 경쟁 속 대응 '속도'
노사 단협·지역사회 상생은 '숙제'
2019-06-02 14:09:09 2019-06-02 14:19:19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창립 20주년을 맞은 네이버가 동영상·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용자의 인터넷 소비 행태 변화에 맞춘 앱 개편을 지속하고 인공지능(AI)·로봇·클라우드 등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며 제2의 도약을 모색 중이다. 아울러 국내 1위 '포털 공룡'에 걸맞는 수준의 상생방안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도 분주한 모습이다.
 
사내 벤처로 시작한 네이버, PC·모바일 포털 강자로
 
네이버는 2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997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삼성SDS 사내 벤처팀과 의기투합해 만든 검색엔진이 그 시작이다. 이 창업자는 1999년 6월 '네이버컴'이라는 지금의 네이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다음(현 카카오), 라이코스, 야후 등 3강 체제로 굳어진 PC 검색 시장에서 '지식in', '통합검색' 등 차별화한 서비스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이 모바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네이버도 변화를 시작했다. 2009년 네이버 모바일을 내놓았다. 첫 출시 당시 월 이용자 35만명에 불과하던 네이버 모바일은 10년이 지난 지금 일일 이용자수 3000만명을 넘어섰다. 네이버를 명실상부 국내 포털 1위 사업자로 등극하게 한 배경이 됐다. 그 사이 경쟁사들 상당수가 국내 사업을 포기하고 글로벌 사업자 구글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국내 포털 1위 자리는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표/뉴스토마토
 
'드루킹' 사태에 유튜브·넷플릭스 공습까지…네이버, 동영상·기술 서비스 강화
 
"3000만명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네이버의 미래를 건 실험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0월 네이버 모바일앱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네이버의 포털 독과점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온국민이 사용하는 네이버가 뉴스 콘텐츠 소비를 독점한 탓에 이를 악용하기 위한 불법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 공격의 주요 대상이 됐다는 비난이다.
 
이에 네이버는 올 상반기 대대적인 모바일앱 개편 작업에 나섰다. 앱 메인 화면에서 7개 뉴스와 실시간급상승검색어 등을 제외하고 오직 검색창 하나만을 남겼다. 메인 화면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쇼핑·서비스 실험 공간인 '웨스트랩'과 기존의 콘텐츠 판인 '이스트랜드'를 배치했다. 아울러 이미지·음성·위치 등 AI 기반 검색 '그린닷'을 신설했다. 한 대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네이버의 본질인 '연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적용한 새 네이버 모바일앱 구성도. 사진/네이버
 
모바일앱 개편은 심화하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을 놓는 작업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유튜브·넷플릭스·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의 증가와 동영상 중심의 이용자 인터넷 소비 행태 변화로 장기적인 이용자 확보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새 네이버앱에 동영상 전용 뷰어를 적용해 웹오리지널·브이라이브 콘텐츠와 이용자제작콘텐츠(UGC) 동영상 등을 끊임 없이 추천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네이버 동영상 서비스 기획을 이끄는 김승언 네이버 아폴로 CIC 대표는 "네이버는 올해 메인·검색·UGC 등 서비스 전반에서 창작자 중심의 동영상 기술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술 플랫폼 분야도 힘을 주고 있다. 네이버 포털 서비스의 기반이 될 AI를 비롯해 클라우드, 로봇 등 기술 분야 연구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의 미래 기술 연구 조직인 네이버랩스는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활용한 로봇 기술을 들고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석했다. 네이버의 CES 참가는 올해가 처음이다. 클라우드 사업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담당한다. 2017년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시작 당시 22개뿐이던 클라우드 상품 수는 지난달 기준 120여개로 늘었다. NBP는 올 연말 이 숫자를 1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노사 단협·지역 상생 요구 목소리 커져
 
네이버가 지난 20년 대형 포털 사업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숙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포털·게임 정보기술(IT) 업계 최초로 설립된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회사와 14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닿지 못했다. IT 4개 노조 가운데 단체협약을 맺지 못한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공동성명은 창립 선언문을 통해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초기 수평적 조직 문화는 수직 관료적으로 변했고 IT 산업의 핵심인 활발한 소통문화는 사라졌다"며 "사회의 신뢰를 받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네이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노사는 오는 5일 '마라톤 교섭'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의 첫 단체행동. 사진/김동현 기자
 
지역 상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역에 구축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내와야 한다는 비판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유해한 전자파가 지역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박원기 NBP 대표는 지난 4월 강원도 춘천 데이터센터 기자간담회에서 "집에서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것보다 적은 전자파가 측정되고 전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전자파로 피해를 본 사람은 없다"며 "이런 점을 지역민들에게 설명해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강원도 춘천시에 친환경 데이터센터 '각'을 건립했고 현재 경기도 용인시에 2번째 데이터센터를 건립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가 모바일앱 개편 과정에서 지역 언론을 배제했다는 주장들도 나온 상황이다. 새 네이버앱에서 구독할 수 있는 언론사에 지역 언론이 빠졌고 검색을 통해서도 지역 언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는 "네이버가 지난해 드루킹 사태를 겪은 후 앱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라며 "검색·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모습이 보이는 만큼 이러한 문제점들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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