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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자폐증 치료, 영양제 남발 피해야 한다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2019-05-30 12:14:19 2019-05-30 12:14:19
오랫동안 치료해 온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치료 속도가 정체돼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장시간 현황조사를 한 적이 있다. 상담을 해 보니 아이가 엄청나게 다양한 영양제를 복용 중이었다. 자세히 확인해 보니 도움이 되는 약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일부는 오히려 아동의 치료에 방해가 되는 약도 있었다. 부모는 검색을 통해 뇌에 좋다는 영양제를 골라 먹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진정 작용을 하는 것도 있었지만 흥분 경향이 있어 안정감을 방해하는 것도 있었다.
 
영양제 복용을 일체 중지시키고 그 중 필요한 몇 개만 복용토록 조치하고 한약 치료를 함께 지속했다. 그러자 아이는 다시 호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아동들의 영양제 복용 실태를 조사해보니 한약을 위주로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영양제 복용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방의 경로를 조사해 보니 인터넷을 통한 자가 처방이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경우 부모가 스스로 잘못된 정보를 오판하여 만들어지는 문제여서 부모만 조심하면 된다.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속칭 아동심리센터, 아동발달센터에서 공공연하게 영양제 처방을 하며 영양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달센터에서 모발 검사나 소변 검사 등 의료법 위반을 피할 수 있는 검사를 하고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영양제 처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 알아보니 굉장히 규모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해외기관을 통한 영양제 영업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양제를 이용해 자폐증을 치료하는 시도는 자폐 치료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림랜드 박사에 의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의 기능의학이나 캐나다의 정분자의학 등의 흐름을 통해 자폐, ADHD, 발달장애 아동의 증상을 비타민으로 치료하려는 임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자폐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영양제 종류는 무수히 많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수십 가지 영양제들이 쏟아져 나온다.
 
좋다는 영양제들을 모두 먹어서 자폐증이 좋아진다면 무슨 걱정을 할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영양제가 일부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대부분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 한다. 약이 아니라 식품이기에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치명적인 부작용이 없다는 것일 뿐, 약하지만 부작용은 존재한다. 약한 부작용은 정상적인 아동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의 면역 조절이 어렵고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들에게는 작은 부작용도 치명적인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정확한 진찰과 풍부한 경험에서 아동에게 필요한 영양처방을 최소화시켜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아동의 발달과 신체를 이해하는 의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대체로 영양제를 이용해서 자폐 아동을 치료할 때 보면, 보고된 B6나 마그네슘, 아연 등과 같은 영양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오히려 면역력을 방해하고 있는 다양한 증세를 개선시키기 위해서 비타민 B, C, 비타민 C 내지는 글루타치온 같은 항산화제를 결합시킬 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이지 영양제 장사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폐 아동들에게 영양제는 단순 식품이 아니라 치료제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전문적인 의료인의 진찰과 상담을 통한 처방을 의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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