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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정지원 디렉셔널 대표 “이젠 개인도…공매도 시장서 기관처럼 투자 가능”
블록체인 기반 개인투자자 주식대차 플랫폼 내달 첫선…“협업 증권사 늘려갈 것”
“김앤장서 금융분야 담당해 공부하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룰 창업아이디어”
2019-05-17 08:00:00 2019-05-17 08:00:00
[뉴스토마토 최진영 기자]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우선심사를 통과하고 금융 샌드박스에 담겨 대형금융회사들과 경쟁과 협업을 이어갈 핀테크 기업들이 선정됐다. 그 중 페이플, 디렉셔널, 루트에너지, 레이니스트가 혁신금융의 바람을 일으킬 주요 업체들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권 혁신을 주도할 이들을 만나봤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금융당국과 여의도 주식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다.  디렉셔널은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서로 빌려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개인대여자가 디렉셔널 플랫폼에서 주식을 빌리면 전산이 연결된 증권사와 협업해 차입자에게 주식대여가격을 지불하게 되고 디렉셔널은 수수료를 남기는 구조다. 공매도에서 소외된 개인투자자들을 공매도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서비스여서 기대가 높다. 때문에 디렉셔널 플랫폼은 블록체인과 공매도라는 두 가지 뜨거운 감자를 품고도 규제를 넘어섰다.
 
반면 공매도 시장에 대한 기자의 얄팍한 고민은 정 대표의 고심을 넘지 못했다. 기자는 공매도의 위험이 크고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니어서 제한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정 대표와 초반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인터뷰 과정에서 그에게 설득됐다. 그가 변호사 출신인 탓에 설득 당한 것이 아니다. 정 대표가 고심 끝에 내놓은 공매도 시장 처방전이 기대를 갖기에 충분해서다.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시 영등포구 휴렛팩커드빌딩에 위치한 위워크 공유오피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졌다. 디렉셔널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돼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주식대차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사진/뉴스토마토DB
 
디렉셔널 플랫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디렉셔널 플랫폼은 개인투자자간 주식대차 서비스다. 개인투자자에게 자유로운 주식대여와 차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증권계좌 잔고를 기준으로 국내 주식대차 시장은 72조원 규모다. 연평균 12%이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주식대차 시장은 기울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는개인투자자들을 이어줄 계획이다. 때문에 디렉셔널 플랫폼은 그 기반에 블록체인을 활용한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수 많은 개인투자자를 이어줄 수 있다. 덕분에 개인투자자 중에 주식 대여자는 합리적인 주식대여가격을 받게 될 수 있다. 기존에 금융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순응할 수 밖에 없던 점이 해소될 수 있다. 또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개인투자자이기 때문에 주식차입자가 되기 어려웠던 점도 해소 된다. 디렉셔널 플랫폼에 고객들 늘어날수록 합리적인 주식차입가격은 물론 충분한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첫 플랫폼 연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디렉셔널 플랫폼 운영에 있어서 금융투자회사와의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디렉셔널 플랫폼에서 대차거래를 하면 이행관리자인 신한금융투자가 계좌관리, 공매도 서비스, 리스크 관리 등을 지원해주는 구조다. 또 신한금융투자가 가지고 있는 계좌 관리, 공매도 서비스, 차입자 신용도 확인 서비스 등을 활용한다. 6월에 첫 선을 보인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결과에 따른 부가조건으로 디렉셔널 플랫폼상 주식대차는 단일 증권사 내에서만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보유한 주식을 다른 증권사 고객에게 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렉셔널 플랫폼 주식대차 서비스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맞지만 디렉셔널과 협업할 증권사를 늘려서 개인투자자들이 디렉셔널 플랫폼을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디렉셔널 플랫폼에서 대차거래를 하면 이행관리자인 신한금융투자가 계좌관리, 공매도 서비스, 리스크 관리 등을 지원해주는 구조다. 또 신한금융투자가 가지고 있는 계좌 관리, 공매도 서비스, 차입자 신용도 확인 서비스 등을 활용한다. 6월에 첫 선을 보인다. 그림/디렉셔널
 
어떤 특례를 받았으며 더 필요한 점은 없는가
 
자본시장법상 증권대차 중개는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의 겸영업무다. 즉 금융투자회사가 할 수 있는 업무로 금융투자업 인가가 필요하다. 현재 디렉셔널에게는 권한이 없지만 이번 특례로 가능해졌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더라도 최대 4년간 증권대차 중개 업무가 허용된다.
사실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 해당 사업에 따라 필요한 구체적 특례를 더 생각해 본적은 없다. 금융투자업 인가 예외 특례도 쉽지 않다고 판단해왔다. 때문에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아직 단 한 번도 투자도 받지 않았다.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온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과 달리 디렉셔널은 수익모델도 구축이 안됐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변호사를 그만두고 사업가가 된 이유가 듣고싶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 김앤장에서 수 년간 일했다. 로펌에서 근무하면서 금융분야를 담당하고 공부했다. 그리고 금융분야 창업을 항상 생각해왔다. 현재도 금융법으로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금융분야에 관한 수 많은 창업 아이디어가 쌓였다. 그리고 멋있는 아이디어를 선택해 창업을 하고 싶었다. 국내의 경우 규제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되는 시장이 적지 않다. 특히 공매도 시장은 개인에게 불리하다.이를 해소할 아이디어가 시장에 나온다면 멋지지 않은가. 공매도 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없다시피하다. 전체 규모가 70조가 넘는 시장이지만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에도 못미친다. 공매도를 위한 전제는 주식차입이다. 주식을 빌릴 방법이 없다면 참여하지 못하고 부러운 눈만 뜨고 있어야 한다. 주식을 소유한 개인투자자에게도 고충이 따른다. 가지고 있는 주식이 소량이고 단가까지 낮다면 현재 공매도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주식대여가격을 받기 어렵다. 디렉셔널 플랫폼을 통해 개인투자자도 동등한 기회를 갖게되길 바란다. 또 공매도 시장에 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해 합리적인 주식대여가격이 형성되길 기대한다. 서비스 시작 전부터 개인투자자들의 문의와 기대를 받고 있다. 꼭 이용해겠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응원은 힘이 된다. 아울러 모든 개인투자자들이 디렉셔널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다양한 증권사와 협업해 나갈 예정이다.
 
공매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일각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공매도는 효율적인 시장 형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다. 효율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주식의 가격이 매수세와 매도세의 균형이 잡힌다는 뜻이다.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으로 투자자의 의견이 시장에 반영된다. 반대로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시장에 반영한다. 주식을 파는 사람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장에 주식을 내놓게 된다.
물론 시장상황에 따라서는 일시금지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주가급락을 막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없는 시장에서는 주식 가격이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 받는 버블이 형성된다. 공매도는 주가에 거품이 끼는 것을 방지하며 주가를 실제 가치에 수렴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높아진다. 거래가 쉽게 일어날수록 유동성은 높아진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유동성을 얻을 수 없는 구조다. 디렉셔널 플랫폼이 이 문제를 해소한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대여할 방법은 제한돼 있다.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이상 국내 주식시장의 유동성에 대응할 길이 없다.
 
디렉셔널 플랫폼 수익모델은 무엇이며 별도의 서비스명은 없는가
 
대차 수수료에서 디렉셔널의 몫이 생긴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수수료 비율과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다. 플랫폼 사업인 만큼 이용자 수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별도의 서비스명을 만들지 않은 것도 그 이유에서다. 사명과 서비스의 이름이 같다. 디렉셔널사의 디렉셔널 플랫폼이다. 사업 초반 유저를 모으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라 따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미뤘다.

 
최진영 기자 daedoo053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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