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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진의 코넥스 줌인)혈관신생억제제로 난치병 치료하는 안지오랩
항체치료제와 병용해 환자 생존율 높여…습성황반변성 치료제, 임상 2상 진행중
2019-04-18 00:00:00 2019-04-18 00: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혈관신생(angiogenesis)은 기존 미세혈관에서 새로운 핏줄(모세혈관)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혈관신생은 배아가 생길 때, 상처가 치유될 때, 여성의 생리주기에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없어진다. 그러나 혈관신생이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암, 비만, 습성황반변성 등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비정상적인 혈관신생을 억제해 질병의 악화를 막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혈관신생억제제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 초부터 진행됐지만 대부분 항암제로서의 유효성 평가에서 실패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김민영 안지오랩 대표는 모두가 이 연구를 포기할 때 끝까지 놓지 않고 연구에 전념했다. 비정상적인 혈관신생 억제를 통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안지오랩을 창업했고, 오랜 시간의 연구 끝에 난치성 환자들이 장기간 투여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경구 투여가 가능한 혈관신생억제제를 개발했다. 대전 안지오랩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천연물으로 만든 안지오랩의 혈관신생억제제와 임상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김민영 안지오랩 대표. 사진/심수진기자
 
안전하고 경구 투여가 가능한 천연물의약품 'ALS-L1023'
 
안지오랩은 1999년 설립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김 대표는 이화여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생화학 전공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효과학기술원에서 혈관신생을 연구하다가 혈관신생억제제 연구 개발을 위해 안지오랩을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주변 의사들은 혈관신생이 약이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비정상적인 혈관신생으로 악화되는 난치성 질환은 많고 단백질은 주사제로만 가능한데, 난치성 질환 약은 오래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장기투여가 가능한 약으로 만들어야 했다"며 "약이 되는 물질 자체를 확대해서 연구한 끝에 멜리사 잎을 통한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혈관신생이 비정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정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암, 습성황반변성, 비만, 당뇨병성 망막증, 중이염 등의 질환을 악화시킨다. 
 
혈관신생억제제는 혈관신생을 유발하는 요인(혈관신생인자)을 차단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생긴 신생 혈관이 혈관신생인자를 혈관 속 내피세포로 끌어들이는 것을 막아 치료하는 원리다. 
 
이 치료제는 기존 화학요법제와 함께 투여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인다. 2000년대 중반 처음으로 제품화에 성공한 혈관신생억제제도 기존의 화학요법제와 병용했을 때 환자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안지오랩에서 개발 중인 ALS-L1023은 오랫동안 식용 및 약용으로 사용됐던 멜리사 잎에서 용매를 활용해 추출(분획)해 새로운 제법으로 만든 혈관신생 억제 효능을 가진 천연물 의약품이다. 
 
무엇보다 ALS-L1023은 혈관신생을 일으키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는 물론 또 다른 인자들도 막아주는 멀티타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 현재 승인 받은 항체의약품인 혈관신생억제제의 대부분은 VEGF를 타깃으로 하는데, VEGF 치료제만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어 문제가 됐다.
 
김 대표는 "VEGF와 함께 MMP(Matrix metalloproteinase), bFGF(basic Fibroblast Growth Factor), PDGF(Platelet-derived Growth Factor) 등의 인자를 동시에 막아주면 더욱 효과적인 의약품이 개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기존 항체의약품은 안구 내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내성 발생과 부작용의 위험이 있고, 1~2개월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안내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치료제가 필요했는데, ALS-L1023은 경구 투여가 가능하고 오래 투여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습성황반변성·지방간염·비만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
 
안지오랩은 ALS-L1023의 습성황반변성 치료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개발해 시판 중인 습성황반변성 치료제는 모두 항체로 만든 의약품으로, ALS-L1023는 항체의약품과 병용하기 때문에 동반 복용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총 11개 병원에서 1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항체의약품인 주사를 맞으면서 ALS-L1023를 병용하는 그룹과 위약을 먹는 그룹으로 나누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최적의 투여용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외에서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천연물 의약품으로 병용치료하는 약물은 안지오랩의 것이 최초일 것"이라며 "항체의약품은 주로 반감기를 늘리거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아직 임상 3상을 통과한 약물은 없다"고 설명했다.
 
단백질이나 항체치료제는 배양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비싸지지만 천연물 의약품은 멜리사 잎을 들여와 유기용매로 분획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설명이다.
 
안지오랩은 습성황반변성 외에도 △복부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AL101-NASH) △삼출성중이염 △치주질환 △건선 △항체 등의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방간염의 경우 개발된 약이 거의 없어 전 세계적으로 임상 2상과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간염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아 개발이 더딘데, 안지오랩은 현재 AL101-NASH의 임상2a상 시험계획서(IND) 신청을 앞두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임상 2a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비만치료제는 이미 임상 2상을 마쳤다. 김 대표는 "식욕을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는 체중을 줄이지만 안지오랩의 비만치료제는 혈관신생을 억제해 지방의 크기를 줄인다"며 "특히 하복부에서 내장지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안지오랩의 내장지방 감소 건강기능식품 Ob-X. 사진/안지오랩
캐시카우인 내장지방 감소식품 'Ob-X'는 올해 시장을 확대한다. 레몬밤추출물혼합분말인 건강기능식품 Ob-X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 병원과 약국, 홈쇼핑을 통해 판매 중이다. 지난해 홈쇼핑 시장에 진출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는 방문판매, 온라인, 해외시장으로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관투자자들도 안지오랩의 혈관신생억제제 기술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이미 KB인베스트먼트, 엠벤처(MaC Fund), 대만 유안타벤처캐피탈&유안타아시아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에도 네오플럭스, 디티앤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 인터베스트, 코리아인베스트먼트홀딩스가 안지오랩에 투자했다.
 
코스닥 이전상장은 기술성평가를 받은 뒤에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습성황반변성 치료제의 임상2상 진행과 함께 삼출성중이염,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주질환 치료제의 임상2a상에 진입하는 것,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임상 중인 치료제의 성공적 임상 완료와 함께 국내외 기술이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안지오랩 본사 내의 연구실. 사진/심수진기자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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