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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규제 샌드박스' 허들 넘을까…금융위 승인여부 '주목'
1일 우선심사 대상 공개…사전접수에 블록체인 서비스 3건 포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시 블록체인 기반 송금·대출서비스 확대 가능
은행·핀테크업계 도전장에도 ICO 전면금지 등 정책 기조 '걸림돌'
2019-03-31 12:00:00 2019-03-31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개발과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내달 1일 시행되면서 블록체인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이 금융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대상에 포함될 경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대출이나 보험, 송금·결제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혁신을 위한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4월1일 특별법 시행에 발맞춰 제1차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열고 규제샌드박스 우선심사 대상 20여건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조기에 출시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월 금융 샌드박스 우선심사를 위해 사전신청을 받았다. 여기에는 신한지주와 농협은행 등 금융회사 15곳과 로니·지앤넷·인스타페이 등 핀테크기업 73곳이 모두 105개 서비스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별로는 지급결제·송금 서비스(27개)와 마이데이터(19개), P2P(6개)를 비롯해 블록체인을 전면에 내세운 서비스도 3개가 포함됐다.
 
현재 당국은 사전 신청한 105개 서비스에 대해 우선심사와 일반심사 절차(5~6월)로 나눠 우선심사는 4월 중 처리하는 등 올해 상반기안에 혁신금융서비스 심사 및 지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 6월 중 추가 신청을 받아 연중 중단 없는 샌드박스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심사에서 블록체인 부문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해당 사업은 2년 동안 규제 걱정 없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일정 기간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등 특례를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자체가 탈중앙화 된 시스템을 통해 보안과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금융부문에서의 블록체인 역할이 배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도입이 추진되고 있어 지급결제나 송금 등 다방면에서 상용화된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관련 추진 일정. 표/금융위
실제 신한은행에서는 작년 말 블록체인 랩(Lab)을 중심으로 이자율스왑(IRS, Interest Rate Swap) 거래 등 은행 업무 전반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지주 차원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신한통합인증' 도입도 준비 중이다.
 
지난 2016년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 CEV에 가입했던 KEB하나은행은 올해 글로벌 블록체인 금융 플랫폼 'GLN(Global Loyalty Network)' 출시를 앞두고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하이퍼레저와 이더리움 기업 연합(EEA)에도 가입했다.
 
이밖에 HSBC은행은 무역금융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부산은행은 IBM의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블록체인 월드와이어(Blockchain World Wire)'에 참여한다. 블록체인 기업이나 핀테크 업체뿐만 아니라 전통 금융회사들도 블록체인 산업에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사전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해 아직 확정여부 등을 들은 것이 없다"면서도 "그룹 차원에서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금융을 강화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한 서비스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금융 규제 샌드박스 지정사업과 관련해 업계의 기대감이 높다"며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위한 차별성 있는 서비스들이 지정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국장은 또 "정부에서도 암호화폐 등 코인에 대해선 부정적인 정책 기조를 보였지만, 블록체인 산업 자체는 육성할 의지를 보인 바 있다"며 "단순히 '블록체인'이라는 점 때문에 (심사 과정에) 차별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암호화폐(가상통화·암호화자산)와 블록체인에 대한 명확한 법령이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암호화폐공개(ICO) 전면 금지 등 부정적인 정책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지목된다.
 
지난 1월 규제 샌드박스 사전신청에 접수한 블록체인 업계 한 대표는 "사전신청을 하긴 했지만, 당장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엔 어려울 것 같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신청한 모인(MOIN·블록체인 기반 환전·송금 서비스) 역시 심의가 연기되는 등 불투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사업에 대해 다단계나 사기 등으로만 치부해서는 국내에서 진짜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다, 안 된다는 것을 지금으로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정해진 일정과 방침에 맞게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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