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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기소 법관들도 고위 전관들 '방패' 세워
검사장·부장판사 출신 대거 기용…김경수·강찬우·민병훈 변호사 등
2019-03-13 14:21:37 2019-03-14 09:55:22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양승태사법부 시절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10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다수가 재판에 대비해 이미 다수의 전관 출신 변호인들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들 전현직 법관들의 공판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일부 법관들은 벌써 2명에서 많게는 7명의 변호인들을 선임했다. 대형로펌 변호사 선임도 돋보인다. 법관들은 지난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사법 농단' 의혹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진당 사건 개입’ 이규진, 임수빈 변호사 선임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행정소송과 관련, 재판부 심증을 파악하고 대응방안 수립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 전 위원은 임수빈 변호사를 선임했다. 임 변호사는 이 전 위원보다 사법연수원 한 기수 후배로, 대검찰청 공안1과장 등을 거쳤다.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시절에 MBC <PD수첩>사건을 수사했고 당시 이명박 정부의 강압수사에 반대해 검찰을 떠났다. 그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있는 법무법인 서평에 몸담다가 현재 태광그룹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다만, 임 변호사는 "이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까지만 하고 실질적으로 손을 뗐다. 태광그룹으로 오게 되면서 작년 12월까지만 하고 사임키로 했고, 지난 2월에 사임계 제출돼서 공소장엔 내 이름이 빠졌다"고 말했다.
 
또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 심상철 성남지원 부장판사는 노계성 변호사를 선임했고,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아직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형로펌 전관 출신도 사건 수임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대형로펌 변호사를 대거 기용했다. 그는 법무법인 율촌의 김경수 변호사와 화우의 윤병철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김 변호사 역시 대검 중수부장 출신으로 퇴임 이후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다가 지난 1월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전·부산·대구고검에서 검사장을 지냈고 김경수 경남지사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윤 변호사는 창원지법과 수원지법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했고 2010년 화우로 둥지를 옮겼다. 윤 변호사와 같은 판사출신인 화우의 박정수 변호사도 임 부장판사를 변호한다.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인 강찬우 변호사도 임 부장판사 사건을 수임했다. 강 변호사는 대검 반부패부장과 수원지검 검사장 출신으로 특수·공안통이다. 삼성비자금 사건 당시 특별검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지난해 8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비선 소송’ 유해용, 판사 출신 변호사 기용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법무법인 동헌의 신용석 변호사 등 6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신 변호사는 연수원 20기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2010년에 변호사로 개업한 전관 출신 변호사다. 유 전 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료 비선’ 관계자의 개인 특허소송을 돕기 위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재판 관련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위원과 함께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도 같은 판사 출신인 민병훈 변호사를 선임했다. 민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인 이 전 위원보다 한 기수 선배로, 이 둘은 1999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각자 법무담당관과 정보화담당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민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변호사로 개업해 다수 형사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이끌어 내 승소율이 높은 변호사로 손꼽혔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 연달아 선임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검사출신인 고범석 변호사를 선임했다. 고 변호사는 대구지검 포항지청장과 서울고검 검사 등을 거쳤고 201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서 법관이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영장전담판사였던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에게 영장청구서 내용을 유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조 수석부장판사는 법무법인 진의 안병익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변호사는 조 부장판사 보다 두 기수 위인 사법연수원 22기로, 서울중앙지검 공안 1, 2부를 거쳐 서울고검과 대검에선 감찰과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성 부장판사는 아직 변호인은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무법인 다전의 홍기채 변호사 등 7명을 선임했다. 홍 변호사는 창원지검과 대전지검에서 특수부장으로 근무했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원장 당시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들의 비위에 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영장전담판사 등으로부터 검찰 수사 관련 정보를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신광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심사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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