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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가 위험하다)①"싸길래 사다 팔았을 뿐인데 징역형이 웬말"
'직구 구매' 국내 PC도소매업자 피해 속출…전문가들 "상식 이하 저가면 일단 의심을"
2019-02-26 06:00:00 2019-02-26 14:44:07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해외직구' 시대다. '직구'는 '직접 구입'의 줄임말로,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것을 말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해외직구 규모는 13억 달러 상당이다. 해외직구가 증가하며 직구를 가장해 저가에 위조품을 수입해 이를 개인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수법이 적발돼 형사처벌되고 있다. 이는 업계뿐만 아니라 재판매될 개인 소비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부주의한 '해외직구'의 위험성을 전문가들과 법원의 형사처벌 사례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지난 2017년 국내 구매자들이 해외직구(직접구매)한 물품들이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X-raY 판독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외 전자상거래, 이른바 '해외직구'를 통해 PC프로그램 등을 수입·판매한 국내 도소매업자들이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고 있다. 시세의 절반 이하라는 매력적인 가격에,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끊이지를 않고 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컴퓨터 도소매업자들이 해외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을 이용해 불법복제프로그램이나 정품인증 라벨 위조품을 판매해 저작권법 및 상표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및 벌금형 선고를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싸게 수입만 했는데 저작권법 위반"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이성은 판사는 저작권법과 상표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A업체와 그 이사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8년, 집행유예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A업체와 B씨는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원도우10'이 무단으로 복제된 DVD에 위조된 COA라벨이 부착된 제품 1000여개를 정상가격의 20%에 불과한 가격에 수입한 혐의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COA를 제공받는 대형컴퓨터제조업체와 다르게, 소규모업체들은 운영체제가 설치되지 않은 개인컴퓨터나 노트북을 구매한 후 여기에 윈도우를 설치해 판매한다. 이때 윈도우를 설치해 정품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부여하는 제품키가 필요하고, 이 제품키가 COA라벨에 기재돼 있는 것이다.  
 
"'불법제작' 인지했다면 죄 못 벗어"  
 
재판부는 “누구든지 수입 시 대한민국 내에서 만들어졌더라면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의 침해로 될 물건을 국내에 배포할 목적으로 수입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무단 복제된 라벨 스티커가 부착된 제품 1000여개를 불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상 판매가의 20%에 불과한 가격에 수입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지법에서도 2016년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프웨어를 판매하는 업자 C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유죄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는 국내 판매를 목적으로 중국 불상의 도매상을 통해 프로그램이 불법으로 복제된 CD를 구입했고 되팔았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저작재산권 관련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등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해선 안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상표 도안과 유사한 모양의 상표가 표시된 CD를 수입해 판매함으로써 위 등록 상표에 대한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무죄 사례 드물어 
 
드물지만 일부 제품에 대해 무죄 판단을 한 경우도 없지 않다. 전자제품 도소매업체인 D사는 2016년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 등을 이용해 위조된 윈도우10의 COA 라벨 250여개를 수입해, 이를 피고인이 판매하는 컴퓨터에 부착해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또 원도우7에 대해서도 100여장의 라벨이 위조됐음을 알고 수입해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D사로부터 윈도우10이 설치돼 있는 개인용컴퓨터를 구매해 해당 COA에 기재돼 있는 제품키를 확인한 결과 위조임을 발견했다며 뒤늦게 고소했다.  
 
업체 측은 "설령 위조된 것이 맞다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했다"며 맞섰다. 이어 라벨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도 "해당 컴퓨터에 설치된 운영체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기술하기 위한 것일뿐 판매 프로그램의 출처를 마이크로소프트로 식별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반인들, COA 위조사실 잘 몰라" 
 
이에 대해 1심은 “COA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이 구매한 COA 등의 가격이 소규모업체가 국내 마이크로소프트 총판에서 윈도우 구매하는 경우에 비해 현저히 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윈도우 가격이 국가별로 다르고 유동적이며, COA 형태가 단일하지 않은데다, 검찰은 제품키가 유출됐다면 어느 업체에서 유출된 것인지, 그 업체와의 계약 내용이 무엇이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COA가 위조됐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 배포했거나 배포목적으로 소지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윈도우7을 무단복제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단을 했고, 쌍방상소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불의의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품에 대한 지식 보다 상식을 벗어난 저가 판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허 전문인 한 대형로폼 변호사는 "외국은 국내보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강할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가혹할 만큼 책임을 묻는다"면서 "정품이라고 광고됐어도 국내 시가와 차이가 있다면 일단 의심 먼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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