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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에 먹튀까지…‘주먹구구’ 암호화폐거래소에 떠는 투자자
암호화폐 거래소, 올해 들어 3번째 파산선언
정부 규제 공백 악용…투자자 피해보상길 '막막'
2019-02-21 15:37:16 2019-02-21 18:15:3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중소형 암호화폐(가상통화·암호화자산)거래소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작년 말 퓨어빗 거래소가 30억원대의 자체 암호화폐를 팔고 돌연 잠적한데다 올해 들어 코인제스트의 에어드랍 오류와 붐비트·루빗·코인빈 거래소의 파산선언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암호화폐 자체가 제도권에 포함되지 못하다보니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이 전무한 반면 자격미달 거래소는 난무하는 등 무법천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생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싸고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1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빈은 지난 20일 오후를 기점으로 모든 코인과 현금입출금을 정지하고 파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박찬규 코인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부채 증가 등으로 인한 손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년 3월 문을 연 코인빈은 2017년 270억원 상당의 해킹 피해로 파산신청을 한 유빗 거래소를 인수한 업체다. 이에 앞서 유빗은 55억원 규모 해킹이 발생한 야피존을 승계했다.
 
두 차례에 걸쳐 사명을 바꾸고 사업을 이어갔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현재 코인빈 회원은 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액은 유빗 회원에게 보상해야할 270억원과 비트코인 암호키 분실 등으로 인한 피해액 23억원을 포함해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인빈은 추후 현금과 코인의 정산은 모든 파산 절차에 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실제 암호화폐 거래소 파산은 지난 1월 붐비트와 루빗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루빗의 경우 전산 장애 등의 이유로 파산을 선언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신생 거래소 퓨어빗이 투자금을 받은 뒤 돌연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사라진데다 12월 제트비트(ZBIT)거래소의 먹튀 논란과 올스타빗의 개인정보유출 및 출금지연사태 등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둘러싼 문제가 잇달아 터지면서 거래소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친 상태다. 여기에 암호화폐 발행업체 코인업은 지난 19일 사기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파산을 선언한 코인빈(위)과 붐비트 홈페이지.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암호화폐의 경우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의 먹튀나 파산 시 법적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코인빈의 경우 현재 보험금 지급을 놓고 법적 다툼 중인 유빗(코인빈 전신)과 DB손해보험의 소송결과에 따라 승소 시 피해보상액으로 활용하기로 했지만 패소에 따른 대응책이나 여타 보상책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아울러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 상당수가 해킹·디도스 등 공격에 면책조항을 명시하고 있어 실제 보상가능성은 적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 되는 셈이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거래소가 파산을 하게 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채권이나 채무 순위에 따라 정리가 된다”며 “기본적으로 피해자는 부당이익반환청구 등 민·형사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관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회사 측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경우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고의나 과실에 대한 입증은 피해자가 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현재 암호화폐거래소에 특화된 투자자 보호책은 없지만, 코인빈과 같이 임직원의 배임 의혹을 제기한 경우 회사의 관리 소홀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태조사와 관련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대로 된 설립기준이 없다 보니 오히려 사각지대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는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평가했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은 “정부가 더 이상 현존하는 시장을 무시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규제의 범주 안에서 암호화폐산업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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