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치안 격차·선거악용 무방비
전문가들 "자치경찰 중립성 담보가 핵심"…지방경찰재정교부금법 제정 요구도
입력 : 2019-02-14 14:20:20 수정 : 2019-02-14 14:36:21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자치경찰제 도입에 시동이 걸렸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치안 격차가 발생하고 지방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제도가 지방분권과 권력분산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4일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자치경찰을 국가경찰과 분리해 민생치안을 담당토록 입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치경찰은 지역별 상황에 맞는 경찰운용을 통해 자치분권을 실현하면서 민생 챙기기에 더 밀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역별 빈부에 따라 치안력에도 격차가 생길 염려가 크다. 국내는 서울 등 수도권과 다른 지자체의 경제력 차이가 많다. 재정이 열악한 곳은 경찰 인원·장비 유지는 물론 순찰 횟수, 근무조 편성, 범죄 억제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12월28일 제주도 산간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자 자치경찰이 월동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의 경우 일부 지자체의 재정악화로 신형장비 보급이 더디고 인원이 부족해 제대로 된 근무조 교대가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다. 오히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바꾸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기관의 재정은 지방세를 근간으로 하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 지방경찰재정교부금법을 만들고 국고 지원의 범위·수준을 명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장의 영향력 아래 놓일 자치경찰의 중립성·공정성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이 제도에서 지자체장은 자치경찰본부장·경찰대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다. 지자체장과 소속당의 정치적 입김에 경찰의 장이 결정, 심하면 수사 방향도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방선거마다 유력후보에 대한 경찰의 줄서기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일부 지역의 경찰이 토호와 결탁, 사건을 유야무야한 사례가 나온 가운데 자치경찰제에선 더 빈번해지리라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한민경 한국형사정책연구위원은 "인사에 관해 자치경찰의 중립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의 상명하복 조직문화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조직의 장에 따라 조직의 향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자치경찰제 도입에 관한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당정청은 올해 5개 시도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2021년까지 제도를 보완한 후 전국적으로 확대시행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재정대책에 대해선 "일단 신규 증원 없이 국가경찰 인력 지방으로 이관하고 시설·장비 등은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신규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의 중립성·공정성에 대해서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를 설치,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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