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지난 1일 일본과 유럽연합(EU)간 경제동반자협정(EPA)이 발효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EPA 발효로 EU에서 일본산 석유화학제품에 부과하던 관세가 즉시 사라진다. 한·일 석유화학업계는 주력 수출 품목이 겹치지 않아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일본산 고부가가치 제품의 입지 강화로 국내 기업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출범한 일·EU EPA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다. EU는 일본산의 99%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일본은 EU산의 97%에 대해 관세를 없앤다. 특히 석유화학 분야의 경우 EU는 지난 1일부터 유기화학제품과 합성수지 관련 제품 등 6개 품목을 제외한 제품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했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정밀화학과 플라스틱 가공품을 무관세로 EU로 수출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EU는 단일 경제권 가운데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의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EPA 체결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17년 EU의 석유화학제품 수입액은 989억유로(125조9700억원)로 최근 역내 공급부족으로 수입량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은 지난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수출이 증가해 2017년 EU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다. 일본은 지난 2010년 EU 수입시장의 비중이 5.9%를 차지했으나 이후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7년 4.3%로 감소했다.
지난 2018년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타이탄 말레이시아 공장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전문가들은 EU 시장에서 당장 한국산에 비해 일본산이 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범용제품 위주로 EU 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에 집중하고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합성수지의 경우 2017년 평균 수출단가가 톤당 1477유로로, 일본의 40%에 불과했다. 고기능합성수지(ABS)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석유화학제품도 일본산이 한국산에 비해 수입단가가 1.4~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고부가가치화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수출 포트폴리오에서도 양국은 차이를 보인다. 대 EU 수출부문별 비중에서 한국은 합성수지와 제품이 65%로 범용제품에 쏠려있으나 일본은 유기화학 48%, 합성수지와 제품 43%로 나눠져 있다.
문제는 장기 경쟁력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범용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석유화학업계는 EPA 발효로 유럽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국내 산업계는 결코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유럽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박장현 한국석유화학협회 대외협력본부 과장은 "현재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주력 시장인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 화학소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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