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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게 버는 게 경영의 핵심” 조홍제 창업주의 교훈
16일 35주기, 조현준 회장도 3년전 이날 취임
2019-01-15 22:00:00 2019-01-15 22: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정당하게 벌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우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가 생전 밝힌 ‘경영’에 관한 철학이다. ‘만우(晩愚)’는 ‘늦되고 어리석다’는 뜻을 담고 있다. 1962년 삼성과의 동업을 청산한 뒤 그의 몫으로 떨어진 재산은 한국타이어와 한일나이론 지분 3억여 원 정도였다. 당시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이었던 제일제당 사장을 역임했던 그는 떠나면서 받은 건 삼성 자산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억울했지만 그는 깨끗이 정리했다. 만우는 후일 “내 평생 수많은 결단 중 가장 현명했다. ‘때로는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요, 버리지 않는 것이 곧 잃는 것이다’라는 역설적인 교훈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은 아호가 바로 만우다. 늦되고 어리석어 재산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만우는 ‘효성’이라는 새로운 사업체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56세라는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그는 효성을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남들은 편히 쉬라고 했지만 만우의 생각은 달랐다. “젊었다느니 늙었다느니 하는 것은 오직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나이가 들었어도 이를 잊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노력하면 성취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우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가운데)가 1966년 울산공장 용지를 찾아가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만우가 효성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은 ‘강력한 성품과 의리를 우선한다’는 삶의 지표 덕분이었다. 기업가라면 때로는 남의 눈치도 보면서 비위도 맞추고, 이익을 목표로 일을 해야 하지만 만우는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이런 그를 재계는 ‘선비’라고 불렀다.
 
장남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선친께서는 사실 사업가로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업가는 곧 ‘장삿꾼’이 돼야 하는데 만우는 자신에 대한 ‘이상’이 너무 높았다. 오히려 선비의 성품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기업가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만우의 단점이 오히려 성공의 비결이 됐다. 강직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고,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면서 보다 꼼꼼히 사업을 살폈다. 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밀어붙이는 과단성도 갖고 있었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강력한 추진력은 지금까지 효성의 조직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6일은 만우가 별세한 지 35년째 되는 날이다. 2017년 이날은 장손 조현준 회장이 효성그룹 총수에 취임했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그룹을 지주회사 (주)효성 아래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를 두는 체제로 전환했으며, 미래 산업 발굴과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브랜드 가치 제고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투명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 사외이사에게 대표위원을 일임했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대표위원도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지난해 2월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관행을 깨고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성그룹을 둘러싼 잡음은 그치질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3년차를 맞이한 조현준 회장이 창업주의 교훈을 받아 ‘뉴 효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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