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제네시스, 올해 실적개선 가능할까
지난해 미국실적 반토막…SUV·친환경차 라인업 약점
입력 : 2019-01-07 17:15:16 수정 : 2019-01-07 17:15:16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던 제네시스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는 실적이 반토막 났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의 SUV 모델 출시 등을 통해 부진에서 벗어난다는 목표지만 전문가들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및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의 판매부진이 두드러졌다. 국내시장에서 G80와 G90는 3만7219대, 9709대로 전년보다 각각 6.4%, 21.1% 감소했다. 2017년 9월 출시된 G70도 1만4417대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2019년형 G70이 나오면서 실적이 소폭 증가했지만 월평균 1200대 수준으로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시장에서는 반토막이 나면서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다. G80과 G90는 7714대와 2203대로 전년 대비 각각 52.4%, 50.1% 감소했다. G80는 작년 1월 1243대에서 12월 305대, 같은 기간 G90는 370대에서 80대로 하락했다. G70는 10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해 408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리하는 과정을 주도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를 고급차와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2004년 개발단계부터 10년 넘게 준비를 해왔으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해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16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직접 G90를 소개했다. 지난해 11월말 G90의 국내 출시행사 대신 미국 LA오토쇼를 선택해 대형 SUV 팰리세이드 전세계 최초공개 행사에 참석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또한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제네시스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올 한해 우수한 품질과 상품성을 갖춘 13개의 신차를 출시해 미국과 중국 등 주력시장의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인도, 아세안 등 신흥시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며 "제네시스는 중국, 유럽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올해 출시되는 SUV 모델을 비롯한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지난 2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은 G90의 부분변경 모델을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SUV가 없다는 지적을 감안해 연내 SUV 모델인 GV80도 선보인다. 해외에서 제네시스 모델이 호평받으면서 현대차그룹은 향후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자동차 전문지로 평가받는 미국 '모터트렌드'가 발간한 2019년 1월호에서 '2019 올해의 차'에 G70이 국산차로는 최초로 선정됐다. 모터트렌드는 "30년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절, 현대차는 엑셀을 출시했지만 당시 미국인들은 '현대'라는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 지도 몰랐다"면서 "30년이 지난 현재 제네시스는 BMW 3시리즈의 강력한 대항마 G70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최고의 안전한 차량에만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등급에 G70, G80, G90 등 제네시스 브랜드 전 차종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경쟁 차종에서는 렉서스 ES,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단 세 브랜드만이 뽑혔다. 
 
미국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로 선정된 제네시스 G70. 사진/현대차그룹
 
다만 전문가들은 제네시스의 실적 개선에 대해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 강세 현상이 거론된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26만705대로 전년(23만3088)대비 11.8% 증가하면서 연간 기준 역대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고 올해도 수입차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G80와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지난해 3만5534대로 전년 대비 무려 55.6%나 증가했다. G80(3만7219대)와의 격차는 1685대에 불과하다.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올해 본격적인 신차 출시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차에 비해 가성비가 높다"면서도 "하지만 고급 세단 시장은 가성비보다 브랜드 파워와 고객 충성도가 훨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제네시스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 시장이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악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네시스에 친환경차 라인업이 부재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재 국내 고급차 하이브리드 시장은 렉서스 ES300h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제네시스가 앞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기술력에서 일본 브랜드를 추격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도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SUV 모델 출시 계획을 밝혔지만 이르면 올 하반기, 늦으면 연말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분간 제네시스의 고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1월27일 G90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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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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