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현대상선 추가 지원을 앞두고 외부 인력 투입을 통한 충격요법을 들고 나온 가운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 개선과 해외 터미널 확보, 고비용 용선료(선박임대료) 부담 완화 등 현대상선이 마주한 현안을 뒷전으로 밀어넣고 엉뚱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한진해운 출신 인력을 투입해 조직의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산은의 구상이 자칫 내부 분란을 일으켜 경영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산은이 사실상 실패로 평가받고 있는 조선업 구조조정 방식을 해운업에도 되풀이 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산은은 조만간 산업경제장관회의를 열고 6조원 규모의 현대상선 지원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정부는 대규모 자금 지원과 함께 고강도 혁신 프로그램도 적용할 방침이다. 엄정한 실적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현대상선 직원들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한편 영업부문에서 한진해운 출신의 경력직을 영입해 내부 경쟁을 유발하겠다는 게 혁신안의 골자다. 지난 2016년 8월 산은이 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현대상선이 14분기째 적자를 이어가는 등 경영부실이 수년간 누적되자 내놓은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해운업계에선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는데, 이와 무관한 대처법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의 최우선 과제는 원가 개선을 통한 운임 경쟁력 확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프랑스 해운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지난달 기준 선복량(화물적능력)은 41만3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10분의 1수준이다. 현재 세계 7위권 내 컨테이너선사들은 100만TEU 이상의 선복량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2만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등 공고한 입지를 다졌다. 또 해운동맹에 속해 있어 공동운항과 선박공유 등을 통해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이 운항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은 오는 2020년 탈황설비를 장착한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아야 비로소 100만TEU를 달성하게 된다. 문제는 글로벌 선사들이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어 현대상선이 몸집을 키우더라도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10년 전 비싸게 계약한 용선료를 계속 지출하고 있는 점도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류비용의 30%를 차지하는 하역비용을 줄이려면 해외 터미널 인수에 나서야 하는데, 이 역시 산은의 지원과 재가가 선행돼야 한다. 외부 인력 영입을 통한 영업력 강화로 취약한 원가구조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한진해운 출신 경력직원들의 입사로 인해 내부 갈등만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의 명분을 실어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쇄신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상선이 단기간 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해외 선사 인수합병(M&A) 등 기존과 다른 방식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머스크를 비롯해 CMA CGM(프랑스), 코스코(중국) 등 세계 5위권 선사들은 신조 발주와 M&A를 병행해 몸집을 키워왔다"며 "현대상선도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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