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대기업 S사에 근무하고 있는 13년차 매니저 김영우씨(40·가명)는 요즘 퇴근 후 약속이 없으면 시내 거리를 한 두 시간 방황하다가 저녁 9시를 훌쩍 넘어 귀가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7월1일 주 52시간근무제도 시행 후 저녁 및 휴일야근이 사라지고 퇴근시간도 빨라지면서 직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여유 시간이 생겼다. 김 씨는 “처음에는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남아 신났다. 저녁 시간을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도 짰다”고 말했다.
여름휴가가 낀 첫 석 달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이후부터 뭔가 답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근무시간 내에 집중하며 일해도 어쩔 수 없이, 또는 능률이 한껏 올라 자발적으로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PC는 그런 김 씨의 기분과 상관없이 퇴근시간만 되면 꺼졌다. “이렇게 일을 끝내면 뭔가 찜찜하고 퇴근해도 쉽게 털어낼 수 없었다”면서 “다음날 출근해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면 또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러고 나면 오늘할 일이 또 내일로 넘어가 업무에 지치는 건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막상 저녁에 나와 보니, 자신과 같은 또래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김 씨는 “운동이나 학원 등록 등을 빼면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욕구를 충족시켜줄 기반이 사실상 전무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직장과 일,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10년 넘게 있다 보니 막상 뭔가를 새롭게 한다는 게 겁이 났다”고 했다.
미혼인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기 때문에 일찍 귀가해도 반겨줄 가족이 없어 외로움만 커졌다. 하소연을 나눌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은 더 어려웠다. 김 씨의 친구들은 모두 결혼해 자식을 키우고 있는데, 일부 형편이 넉넉지 못한 친구들은 직장에서 받는 초과근무 수당이 줄어 가족들 몰래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미안해서 차마 연락을 못하겠단다.
김 씨는 “주52시간근무제도가 ‘워라벨’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습관을 바꾸긴 쉽지도 않고 여건도 좋지 않다”면서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으로 접어드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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