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홈쇼핑업계가 현금이 쌓여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금보유량이 늘어나도 투자를 늘린다기보단 부채를 갚거나 금융상품 내지 비주력 사업에 주로 지출하는 모습이다. 스마트TV 발전양상을 고려하면 TV홈쇼핑도 관련 IT융합 디지털방송이 유망해 보이지만 TV홈쇼핑과 T커머스로 업역을 구분짓고 있는 진입장벽이 돈쓸 곳도 막고 있는 듯 보인다.
근래 합병이나 M&A 등 자산변동이 거의 없었던 GS홈쇼핑에게서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난다. 이 회사 3분기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조145억원 정도로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해 있다. 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2129억여원)도 15.5% 늘어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8일 “홈쇼핑업계는 오프라인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 특성상 감가상각이나 설비투자비용 지출이 적다”며 “그러면서 주력 사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처도 마땅찮아 수수료로 들어오는 현금이 차곡차곡 쌓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TV홈쇼핑업계는 파생 업역이라 볼 수 있는 디지털방송이 T커머스업계로 떨어져 나가 서로간 경계선을 긋고 있다. TV홈쇼핑은 디지털방송이, T커머스는 생방송이 제한되는 구조다. 구분을 없애면 과당경쟁이 우려되기 때문에 서로간 평행선만 그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V홈쇼핑의 신사업 진출이 ‘뜬금없는’ 투자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현대홈쇼핑이 건자재업체인 한화L&C를 인수하기로 해 사업관련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시장 반응이 이어졌다. 사업 다각화는 긍정적여도 기존 사업 시너지는 제한적이란 관측에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화L&C 인수로 인해 핵심 계열사인 현대리바트 시너지를 기대하지만 현대홈쇼핑 주주로서는 직접적인 수혜를 확신하기 어렵다.
현대홈쇼핑도 그동안 성숙기 기업 특징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성장기업은 대출을 늘려 투자로 돌리는 패턴을 보인다. 현대홈쇼핑은 그러나 금융자산을 처분해 현금이 불었어도 딱히 자산 투자를 병행하진 않았다. 차입금을 갚아 부채를 줄이며 배당을 늘린 게 주된 흐름이었다.
CJ오쇼핑(현 CJE&M)은 그나마 콘텐츠사업을 하고 있는 계열사와 시너지 투자가 가능한 사례다. 인플루언서나 예능계와 결합한 방송이 최근 TV홈쇼핑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에 CJ오쇼핑은 지난 7월 CJE&M을 흡수합병하고 여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CJ오쇼핑 역시 합병 전까지 매년 잉여금이 늘어나던 추세였으나 합병 후 1분기만에 돈을 쓰는 구조로 바뀌었다. 소프트웨어나 라이센스, 산업재산권 등 무형자산 취득에 투자를 늘렸다. 이는 차입금 상환과 더불어 CJ오쇼핑의 기말 현금이 20% 가까이 줄어든 요인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