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갑질의 '나비효과' 한진칼 경영권 위협…내년 주총 표대결서 결정
KCGI, 한진칼 지분 9% 인수…국민연금·기관에 소액주주까지 연합군 결성할까 촉각
2018-11-16 17:55:43 2018-11-16 18:03:4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라는 거대한 '나비효과'를 낳았다. 자회사인 진에어가 조 전무의 불법 등기임원 등재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신규 항공기 도입이 중단, 수익성이 뒷걸음질치며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가운데 국내 행동주의펀드 1세대로 알려진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경영참여'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그간 한진 총수 일가의 일탈과 갑질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던 점을 감안하면 사태는 예사롭지 않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3분기 매출액 3560억원, 영업이익 3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8.7% 늘었으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8% 감소했다. 영업이익 429억원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부진이다. 한진칼이 지분 60%를 보유하며 연결대상으로 실적을 반영하는 진에어가 지난 3월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태를 계기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며 지주사에 대한 부담을 더했다는 평가다.
 
진에어는 3분기 영업이익이 25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4%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한 원가 부담과 함께,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가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이사에 등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항공기 추가 도입 계획이 무산되며 늘어난 여객수요에 긴밀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진에어가 기재 도입을 위해 추가로 인력을 뽑아 3분기 인건비가 536억원에 달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 국제유가 상승 여파에도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는 등 선전했으나 한진칼의 수익성 악화를 막지는 못했다. 영업현금흐름도 악화됐다. 3분기 한진칼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성부 KCGI 대표이사가 한진칼의 지분을 대거 인수하며 경영참여를 선언, 조양호 회장 일가로서는 설상가상이 됐다. 앞서 그레이스홀딩스는 15일 한진칼 주식을 전날 장내매수해 지분 9%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보유 목적에는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의 항목이 담겼다. 보유 목적 최우선 순위에 경영권에 관한 사항들이 열거되면서 조 회장을 더욱 긴장시켰다. KCGI는 투자목적 유한회사인 그레이홀딩스의 대주주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 회장 일가로,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28.95%다. 조 회장이 17.84%,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이 2.40%, 조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가 지분을 들고 있다. KCGI는 지분 9%의 2대 주주지만, 독자적으로 조 회장 일가와 표 대결을 벌이기에는 세가 약하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연합군을 형성할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8.35%), 사모펀드인 크레디트스위스그룹(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이 한 데 모일 경우 지분율이 26.19%까지 올라간다. 다만, 국민연금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한진칼 주식을 팔아 현재 보유 지분율이 6.87%까지 감소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 감소를 감안하면 24.71%로,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과의 지분율 격차는 4.24%까지 좁혀진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까지 가세할 경우 조 회장의 퇴진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소액주주들은 '땅콩회항'과 '물컵갑질' 등 잇단 조 회장 일가의 잇단 일탈로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점에 불만이 크다.
 
KCGI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우호 지분을 끌어 모아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 이사회 구성원은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등 3인의 사내이사와 3인의 사외이사, 상근감사 1명 등 총 7명이다. 이중 석 대표와 2명의 사외이사, 감사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17일로 예정돼 있어 KCGI가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는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조 회장 일가가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칼 측은 KCGI의 경영 참여와 관련해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 조 회장은 출장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