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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동네사람들’, 마동석 활용의 가장 나쁜 예
2018-11-07 06:00:00 2018-11-07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불과 1년 전 충무로에선 마동석 장르가 생겨났다. 영화 범죄도시를 두고 마동석이란 이름 자체의 장르화를 부르며 동원 가능한 찬사와 수식어가 난무했다. 하지만 단 1년 만에 그 색이 바랐다. 아니 이건 퇴색의 의미가 아니다. 마동석 본인 문제가 가장 커 보이지만, 사실상 그를 두고 기획과 투자 그리고 제작과 배급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영화 관계자들 잘못이 더 크다. 영화계에선 한 때 소재주의가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과거 조폭 영화가 트랜드처럼 충무로를 휩쓴 바 있다. 일종의 리딩히터개념이었다. 타율이 좋으니 매 경기에 주전으로 등판시켰다. 하지만 결국 혹사된 경우다. 당시 조폭소재도 그랬다. 소재를 살릴 스토리 구성이 메말라 버리면서 트랜드는 삼류로 전략됐다. 소재가 혹사한 것이다. 최근 장르로 격상된 마동석영화의 현상이 딱 그렇다. 영화 동네사람들은 이런 소재주의 폐단을 이미 경험한 충무로가 다시 빠져버린 올가미처럼 보였다.
 
 
 
동네사람들은 단순하게 마동석이란 배우 한 명을 중심으로 기획과 제작 그리고 스토리가 구성된 느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동석은 한계성이 너무도 명확한 배우다. 엄청난 근육질의 몸매, 이를 바탕으로 한 피지컬 위주의 육탄 액션 여기에 의외로 감각이 뛰어난 코미디 연기. 야구의 투수를 빗대면 완벽한 투 피치스타일이다. 그럼 마동석은 육탄 액션과 코미디 외에는 활용 방안이 불가능할까. 그는 자신의 가치를 너무도 대중화 시켜버렸다. 최근 무자비할 정도의 다작으로 대중들의 암묵적 수요를 넘어선 공급을 해버렸다. 이 지점이 동네사람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는 낯선 공간이 주는 기괴함 그리고 그 기괴함이 주는 기대치의 공포감에 기댄다. 이 같은 기본 설정에 하나가 더 붙는다. 바로 마동석이다. 마동석이란 재료를 활용하는 방식은 명확하게 나와 있다. 독보적이고 압도적인 덩치와 근육질, 하지만 비주얼과 어울리지 않는 순박함과 소심함 때로는 답답할 정도의 정직함이다. 영화는 앞선 설정을 살리기 보단 뒤의 전제에 방점을 찍는 것에 주력한다. 결국 마동석이 출연해 왔던 그리고 흥행에 성공했던 스타일의 전작 구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동네사람들의 기본 스토리다. 전직 복서 기철(마동석)이 사고를 친 뒤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한 여고에 기간제 체육 교사로 부임한다. 이 학교에 다니던 여고생 한 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아무도 그 학생을 찾지 않는다. 교사 경찰조차. 사라진 소녀의 유일한 친구 유진(김새론)만이 관심을 보인다. 기철은 이상함을 느끼고 실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 둘씩 비밀이 밝혀진다.
 
영화 '동네사람들'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전반은 마동석의 투 피치스타일 중 하나인 코미디에 주력한다. 여기에 시골 여고가 배경이다. 마동석 외모와 시골 여고생 궁합은 꽤 이질감이 넘치지만 의외의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흥미로운 코미디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사건이 전개되면서 영화는 예상 가능한, 마동석이기에 갈 수 밖에 없는 길로 들어선다. 그가 출연해 왔고 이미 대중들에게 익혀 선보여 왔던 구성을 답습한다. ‘마동석영웅 만들기다.
 
그를 중심으로 스토리는 급변하기 시작한다. 유진과 주고 받던 감정 교류도 사라진 여고생에 대한 의심과 의혹도 사라진다. 의뭉스런 동네사람들에 대한 시선도 무뎌진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나는 전체 사건의 비밀도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지점에서 꺼풀이 벗겨진다. 이런 헛 점은 결국 단 하나의 판단 미스에서 벌어졌다. 영화 전체 기획과 연출 그리고 제작.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제작진의 고민이 마동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만 집중된 결과물이다. 스토리 구성 그리고 스토리 안에서 벌어질 사건 핵심은 처음부터 동네사람들에겐 필요가 없었다. 마동석의 물오른 타율에만 기댄 채 선택한 안일한 결과물일 뿐이다.
 
이 같은 안일함은 스토리 속 사건만 따로 때어 놓고 봐도 눈에 보인다. 폭력과 권력의 희생양, 그 희생양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는 무관심과 낯선 공간의 이질감은 전혀 공감대를 끌어 내지 못할 뿐이었다. 2018 11월의 관객들이 느끼는 정서를 일깨우기에는 너무도 동어반복적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폭력적 성향은 동네사람들속 악의 정서를 훨씬 더 뛰어 넘고 있다. 최근 발생한 한 기업체 오너의 비상식적 행위만 봐도 그렇다. 물론 이 기획 자체가 꽤 오래 전 이뤄진 작품이란 변명도 전제가 될 듯 하다. 하지만 시대와 배경이 흘렀다면 제작진의 고민과 변화도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마동석하나에만 기댄 속 빈 강정뿐이었다.
 
영화 '동네사람들'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이런 기획은 이미 개봉 대기 중인 또 한 편의 마동석표 영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쯤 되면 답은 하나다. 영화 관계자들의 고민 없는 기획을 지적도 문제지만 마동석 스스로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단 확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다작보단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게 동네사람들에 오롯이 담겨 버렸다. 7일 개봉.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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