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강대강'…중국, 내수 '맷집' 키워 장기전 대비한다
유동성 위해 기준금리 인하 카드 '만지작'…현실화시 국내경제 타격
2018-10-16 06:00:00 2018-10-16 06: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리정책 외에도 환경규제 완화, 러시아 가스 수입 등 미국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준비를 하나씩 이행하고 있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화될 조짐이다.
 
15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진행 중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한 금리정책에 여유가 있음을 내비쳤다. 언론들은 이를 기준금리 인하로 해석해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부정적 리스크가 상당하다”면서 “중국은 금리정책, 지준율 등 정책적 공간이 충분하다. 필요할 경우,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가 전망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정책까지 손을 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은 현재 무역갈등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먼저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15.5%에서 14.5%로 1%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의 돈을 풀어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다. 또 올 겨울에는 철강생산 및 석탄사용을 제한하는 대신 목표를 낮추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내수 진작을 위한 중국 정부 대응책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이다. 하지만 중국의 제1 수출국인 미국이 관세장벽으로 막아서자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내수시장을 살리며 경제를 방어하는 쪽으로 길을 낸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에 이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이 무역전쟁 장기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사진/AP·뉴시스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러시아, 이란과 교역하며 새로운 방향 개척도 나서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셰일가스는 러시아와 파이프라인을 이어 천연가스(PNG)로 대처할 예정이며,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하루 평균 62만배럴 늘렸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역전쟁에서 중국은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한데, 표면적으로 드러내놓고 싸우는 것은 불리한 측면이 있으니 암묵적인 전략을 세운 것 같다”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석탄사용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올겨울 국내에서도 미세먼지가 기승할 테고, 이는 국민들의 건강 뿐 아니라 활동량 감소와 소비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철강생산은 다시 공급과잉 사태를 불러와 국내 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위안화 절하에 따른 환율의 변동성 확대, 자본이탈 등도 우려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국이 자국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유도되고 이로 인해 환율이 흔들릴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 매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과거의 사례에서처럼 무역전쟁의 결론은 무역에서 시작해서 외환시장의 인위적인 개편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플라자합의가 재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