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유류세 인하 방침에 정유업계 '표정관리'
"업계·소비자에 나쁠 것 없다…인하 중단 시 충격 우려도"
입력 : 2018-10-14 12:00:00 수정 : 2018-10-14 13:52:45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유류세 인하 방침을 '깜짝' 발표한 것에 대해 정유업계는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유류세 인하를 통해 국내 기름값이 실질적으로 낮아져 국민들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최근 국내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정유사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누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수요 증대도 다소나마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경유 가격의 50~60%는 리터당 고정적으로 붙는 '세금'이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변동해도 이 세금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기름값은 그 영향을 받아 크게 오른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세금은 그대로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름값 하락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소식에 대해 "업계도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라며 "가격이 인하되면 소비 여력이 더 생기고 수요 증가가 기대되서 정유업계에 나쁠 것은 없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유류세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시점에 여전히 국제유가가 높다면 국제유가와 세금 인상분이 한 번에 더해져 더 급격한 충격이 가해지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면서 "2008년 유류세 인하 당시에는 연말에 국제유가가 하락해 충격이 덜했지만 지금의 국제정세를 봐서는 그 때 처럼 국제유가가 쉽게 낮아질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10월2째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15.4원 상승한 리터당 1674.9원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휘발유 등 석유제품은 수요의 가격탄력성(가격의 변화에 따라 수요가 변하는 정도)이 낮아 유류세가 내린다고 해도 정유업계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소비자 부담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휘발유 가격 평균이 리터당 1600~1700원 정도인데 그 중 세금이 900원 가까이 된다"면서 "정유사나 주유소가 기름값을 낮추는 것 보다는 세금으로 낮추는 것이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낮아지면 정유사들이 괜한 욕을 좀 덜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는 철저히 업계와 상관 없이 정부가 조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래 납품가격 대로 공급할 뿐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의 세입이 늘어나 세수입에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정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선제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언급한 만큼 올해 안에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정확한 인하 시점이나 인하폭 등 구체적인 사항을 이달 안에 발표해 적용할 계획으로, 과거 두 차례 인하율과 비슷한 10% 안팎으로 예상된다.
 
10월2째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15.4원 상승한 리터당 1674.9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세금은 약 898.6원(53%)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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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희

정유·화학 등 에너지 업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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