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라돈침대 분쟁조정…보상 늦어 애타는 소비자
국무조정실 "소비자 구제, 소비자원이 전담"…소비자단체 "역학조사·건강관리 손 놓고 있다" 지적
입력 : 2018-09-28 18:34:50 수정 : 2018-09-28 18:34:5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라돈 침대 사건 발생 이후 5개월여가 지났지만 해결책 마련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범부처 대응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소비자 관점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8일 소비자원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라돈 침대 집단분쟁조정이 내달 안에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관련 사안이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발표가 보류된 바 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피해 원인 규명에 대한 조사 등이 필요할 경우 결정을 보류할 수 있다.
 
문제는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달 중에 결론을 내리면 정부 차원의 소비자 구제는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는 점이다. 이해당사자인 대진침대와 소비자가 위원회의 조정 결정 내용을 받아들일지에 따라 조정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 양측 모두 결정을 수락할 경우 소비자원은 대진침대에 집단분쟁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에 대한 피해구제 계획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계획서 제출과 이행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지난 7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11개 회원단체가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라돈침대 관련 신속한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분쟁조정 절차가 끝나면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건강피해에 대한 역학조사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부분도 우려로 지적된다. 소비자원은 분쟁조정 진행 과정에서 사실조사를 통해 소비자 피해 증빙 자료와 질병에 대한 전문가 의견 청취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방사능 피폭과 질병과의 체계적인 인과관계를 조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가 체계적인 역학조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라돈 침대 사태 이후 방사능에 피폭된 사용자들이 호흡기 외에 다양한 질환을 호소하고 있어 역학조사가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학계에서는 라돈이 폐암 발생의 직접 원인이 된다고 인정되고 있는 반면 갑상선암이나 피부질환을 포함한 그밖의 질환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2014년 부산 고리원전 인근 주민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장기간 방사선 노출에 따른 갑상선암에 대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뒤 2심 판결도 미뤄지고 있다.
 
이번 사안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국무조정실은 소비자원에서 피해 관련 문제를 전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천연 방사선 원인물질 모나자이트 관리 소홀을 지적받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주무부처로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자 범부처 차원에서 나서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사실상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소비자 집단조정은 소비자원에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진행해왔다. 정식 절차를 통해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무조정실에서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상 원료물질이 수입·유통·제조와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반적인 흐름별로 추적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기관을 통한 구제는 최소 1년~1년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질병을 호소하는 피해자 600여명과 단순 사용자 4200여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로덱 외에 5~6개 법무법인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 책임과 호흡기 외 질환을 피해로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법무법인 로덱의 김지예 변호사는 "대진침대 측은 라돈이 몸 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결국 납으로 변해서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주장하는데, 몸 속을 돌아다니는 동안 핵분열을 일으킨 결과 납으로 변하는 것인 만큼 호흡기 외에 질환을 발생시킨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라며 "직접적인 질병을 호소하는 피해자 외에 일반 사용자들 역시 건강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치료비 액수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편의상 포기시킨 경우라고 보면 된다. 이런 부분을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집단조정이나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위험물질 관리 소홀로 방사능에 피폭된 대진침대 사용자만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까사미아와 에넥스, 가누다 등 소비자 신고로 추가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깜깜이 발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리 편의를 위해 생방법에서 정한 연간 1밀리시버트라는 안전기준 이상의 방사능에 피폭된 사용자 피해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건강관리 대책 마련을 위해 민관 합동기구를 만들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은경 소비자단체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국무조정실이 나섰지만 여전히 원안위에 문제해결을 맡기고 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소비자 관점의 문제해결이 안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피해보상과 건강관리는 물론 매트리스 수거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공개가 안되고 있다. 민관합동대책기구를 구성해 소비자 관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부터 특허청,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별 실행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강서우채국 집배원과 라돈 매트리스를 수거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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