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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자산가 역외탈세 93명 세무조사
다단계 거래 등 지능형 수법 급증…지난해 1.3조, 올해 5400억 추징
2018-09-12 16:47:00 2018-09-12 16:47: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중견기업 사주일가와 대자산가·고소득 전문직 93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외탈세 혐의자 93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국세청
 
 
국세청은 12일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해외 현지법인과 정상거래 위장 등으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등 93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기존의 역외탈세 수법뿐만 아니라 그동안 파악된 신종 역외탈세 수법과 유사한 탈루 혐의가 있는 자를 대상으로 정밀검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사 대상자는 탈세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국가간 금융정보교환자료(FATCA·MCAA), 해외 현지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역외탈세 혐의가 큰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그동안 역외탈세 혐의가 큰 대기업·대재산가 위주로 조사 대상자를 선정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대재산가는 물론, 해외투자·소비 자금의 원천이 불분명한 중견기업 사주일가, 고소득 전문직 등으로 검증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주요 역외탈세 사례를 보면, 기업 사주일가가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한 사례가 많았다. 자녀가 유학 중인 지역에 해외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시장조사 용역을 제공받는 것처럼 허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회사 용역비를 자녀 유학비용으로 빼돌린 사주가 대표적이다. 또 해외은닉 자금으로 미신고 해외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법인을 통해 자녀 소유 내국법인의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닉재산을 증여한 사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차명으로 운영하던 해외 위장계열사를 자신이 대주주인 내국법인에게 고가에 인수하게 한 뒤 법인자금을 해외 유출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사주도 있었다. 이 밖에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투자자금을 손실 처리하는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려 사주일가 명의의 주택 등을 구입한 사주 등이 포착됐다.
 
김 국장은 "전통적인 역외탈세 수법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국외소득을 미신고하거나 국내재산을 해외로 반출해 은닉하는 단순한 방식이었다"며 "최근에는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다단계 거래구조를 만들거나, 해외 현지법인과의 정상거래로 위장하는 등 역외탈세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디지털 경제의 확산, 금융규제 완화 등 국제 조세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종 거래가 지속 출현하고, 역외탈세 수법이 더욱 지능화하는 추세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조세회피처 거래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가간 조세 정보 교환 네트워크 확대 등 국제 공조와 국내 제도개선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향후 정당한 세부담 없이 해외에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하는 역외탈세 행위에 대해 조사역량을 집중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사과정에서 신종 역외탈세 유형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선제적으로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기지회사 등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실체의 실질을 밝히기 위한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거부·기피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상 과태료를 적극 부과하고, 외국 과세당국에 정보교환 요청·해외 현지확인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하거나 미신고 해외법인의 투자지분으로 전환해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 해외 현지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국가간 금융정보자동교환 네트워크 등을 적극 활용해 해외재산 도피자를 색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조사에 집중해 233건을 조사, 총 1조3192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혐의자 76명을 조사해 현재까지 58건을 종결, 총 5408억원을 추징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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