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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부회장 공격적 M&A…LG화학, 미국 자동차 접착제 기업 인수
유니실 지분 100% 인수 완료…차량 경량화 소재 키우기 '속도'
2018-09-12 15:09:25 2018-09-12 15:57:28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LG화학이 미국의 자동차 접착제 기업인 '유니실(Uniseal)'을 인수한다. 차량 경량화의 핵심 소재인 접착제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LG그룹은 LG화학과 LG생활건강을 필두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초 유니실의 지분 100%를 모회사인 쿡엔터프라이즈(Koch Enterprises)로부터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유니실의 지난해 매출 규모를 고려해 1000억원대 중반 수준에 계약이 체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절차는 올해 안에 마무리 돼 내년 쯤 LG화학의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60년에 설립된 유니실은 접착제 전문 평가지인 ASI가 올해의 접착제기업 'Top 25'로 선정한 강소업체다. 본사와 생산시설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으며,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북미 주요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약 6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동차용 접착제는 차체를 조립할 때 기존 나사나 용접이 하는 기능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어 차량 경량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차량 경량화 추세에 따라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용 접착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1000억원에서 2020년 6조5000억원, 2023년 8조4000억원 규모로 연간 8%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LG화학은 자동차 전지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글로벌 고객망을 활용해 차량 경량화의 핵심소재인 자동차용 접착제의 우수성을 알리고, 유럽과 중국 등에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바이오이어 '자동차 소재'로···포트폴리오 진화
LG화학은 이번 유니실 인수를 통해 자동차 소재 사업을 또 하나 추가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현재 LG화학은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핵심원재료인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고기능성 소재인 ABS(고기능합성수지)와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 및 전기차 배터리용 접착테이프도 생산 중이다.
 
LG화학은 유니실 인수로 자동차용 접착제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LG화학이 보유한 원재료 기술력을 더해 고기능 접착재료 분야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은 "자동차용 접착제는 차량경량화 추세로 성장세가 높은 유망소재 사업"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LG그룹은 LG화학 뿐 아니라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 CNS를 통해 전사적으로 차량용 부품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각 회사에서 내비게이션, 카오디오, 차량용 디스플레이, LED램프,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 및 솔루션 등을 생산하고 있어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M&A 자신감 붙은 LG그룹, 전장사업 키우기
LG그룹은 삼성, SK와 달리 그동안 M&A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적이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비교적 활발하게 M&A를 해온 LG생활건강에 LG화학이 가세하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 2012년 12월 박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이후 관련 분야의 알짜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2014년 4월 미국의 수처리 필터업체 NanoH2O를 인수하면서 수처리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6년 4월에는 4245억원을 들여 팜한농을 인수했다. 이듬해 잇따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며 바이오 분야까지 품게됐다. 앞서 박 부회장은 올 3월 기자간담회에서 연 평균 매출을 15% 이상 늘려 오는 2020년 매출 35조를 돌파하겠다는 공격적인 사업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M&A 금손'으로 불리는 차석용 부회장의 지휘 아래 올 4월 미국 화장품 '에이본'의 일본지사를 10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태극제약·제니스·케이앤아이·CNP코스메틱 등 크고 작은 M&A를 줄줄이 성사시켰다. 지난 2010년 더페이스샵을 4667억원에 인수하면서 당시 가장 큰 M&A 거래 금액으로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도 최근 자동차 조명 부품인 헤드램프를 생산하는 오스트리아 ZKW를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대에 인수하며 자동차 조명시장으로 전장(VC) 사업을 넓히고 있다. 앞서 ㈜LG와 LG전자는 2012년 영국 연료전지회사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스 지분 51%를 4500만달러에 인수했다. 크고 작은 성공 경험으로 LG그룹은 이번 인수전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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