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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오일, 잔치는 끝났다? 거품 논란 '고개'
미국 WTI, 지난해보다 20달러 급등…"셰일 약발 떨어져"
2018-09-11 17:13:47 2018-09-11 17:42:04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셰일오일 '거품'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세계 최대 카르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좌지우지하는 구조였으나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확대로 최근 4년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져왔다. 올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돌아서고, 셰일 개발 붐이 주춤해지면서 '유가상승의 방어벽'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미국 원유 정보제공 업체 베이커휴에 따르면 9월 둘째주 미국 원유 시추기의 수는 전주보다 2기 감소한 860기로 집계됐다. 미국 내 원유 시추기는 지난 1월 742기에서 지난 3월 800기로 올라선 뒤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 8월 중순 862기를 찍고, 최근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또 다른 미국 소식통은 9월 현재 시추기 수는 1050기로, 이 가운데 퍼미안 분지의 시추기는 480기 안팎에서 정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퍼미안은 미국의 대표적인 셰일 원유·가스 채굴지역이다.
 
미국 셰일 유전은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셰일 채굴을 줄이고,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생산을 늘려왔다. 국제유가가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보다 높으면 관련 기업들이 생산을 늘려 유가의 추가 상승을 제어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수년간 저유가 기조를 지속해 온 것도 이런 배경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최근 흐름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미국 셰일업계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유가상승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으나 올 들어서는 약발이 다소 떨어지는 낌새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원유 가격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올 초 배럴당 60달러대에 진입한 뒤 지난 7월에는 70달러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인 배럴당 50.95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0달러나 올랐다.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파기 등 중동정세 불안과 셰일오일 생산·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등이 유가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6년부터 셰일오일을 수입하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 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을 제외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스팟(단기)거래를 통해 셰일오일을 들여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유가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그간 눌림목으로 작용했던 셰일오일의 영향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있었다"며 "최근 상황은 원유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량 증가 속도는 과거에 비해 느려질 수 있지만, 생산량 자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국제유가는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뒷받침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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