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현대제철이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판결을 막으려고 사내하청업체와 함께 노조 활동을 사찰하고, 증거 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순천공장에 이어 당진공장까지 불법파견 판결을 받을 경우, 원청의 부담이 커져 공동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과 하도급 계약을 갱신하던 중 갈등을 겪은 사내하청업체 대표 A씨로부터 관련 자료를 다량으로 입수했다. 이번 자료에는 2015년 현대제철에 합병된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제철의 노무관리 방식이 담겨 있다. 원청은 사내하청노조(이하 하청노조)의 동향을 보고 받고, 대응 전략을 하청업체에 지시하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현대제철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현대제철은 제조공정의 불법파견 판결을 막으려고 사내하청업체와 함께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금속노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원하청이 하청노조에 대응한 정황은 곳곳에서 나온다. 현대제철 협력업체 지원팀과 협력업체 4곳은 2017년 4월18일 하청노조 활동과 관련한 운영간담회를 진행했다. 원하청은 운영간담회에서 하청노조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기자회견 일정을 공유했다. 하청노조는 이튿날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하청 노동자의 차별을 시정을 해달라고 진정을 냈다. 하청은 원청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받는 걸 알리는 게 기자회견의 취지였다.
현대제철은 근로자 지위확인소송(불법파견)과 관련해 하청업체에 철저한 대응을 지시했다. 원청은 "직영, 협력업체 간 작업지시, 생산계획, 업무지시 등 보안을 철저하게 해달라"며 "노사협의회 자료 유출을 준비하고, 녹취도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원청은 같은해 4월28일 하청업체 대표와 관리자를 상대로 노무교육을 진행했다. 앞서 원청은 불법파견 소송과 관련한 불법자료는 협력지원팀 최모 부장이 취합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에 보안관리를 철저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현대제철 협력업체 지원팀은 "식당에서 하청노조의 유인물 배포가 이뤄졌다. 현장 분위기를 확인해달라"고 하청업체에 지시했다. 이 같은 내용은 금속노조가 입수한 자료에 담겼다. 사측이 노조활동에 개입한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현대제철이 하청업체에 지시한 내용은 불법파견 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파견법 위반여부와 실제 사용자를 결정하는 불법파견 소송은 협력업체의 독립성, 노무관리의 독립성 여부를 핵심적으로 따진다. 협력업체가 도급업무와 관련된 기술이 있고, 관련 설비 등을 보유했는지를 따진다. 노무관리는 작업배치, 인사관리, 업무지시를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했는지를 확인한다. 현대제철은 불법파견 소송 때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하청업체와 공동대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송이 진행되면, 노사 모두 증거자료에 의존해야 한다. 불법파견 소송은 원청이 위장도급(파견법 위반을 피하려고 고의로 위장한 경우)을 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증거자료가 소송 결과를 좌우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대제철 원하청이 하청노조의 동향과 불법파견 자료 은폐를 지시한 정황. 사진/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이 하청업체와 전략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또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사내하청노동자의 불법파견 문제는 이른바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가 2004년 9234개 생산공정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뒤 현재까지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2005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2010년과 2012년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됐다. 현대제철(당시 현대하이스코)은 현대차와 비슷한 시기 불법파견 논란이 불거졌다. 하청노조가 2012년 설립되면서 불법파견 소송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순천공장 하청노조가 2016년 1심에서 승소했고, 당진공장 하청노조의 1심은 내년 선고될 예정이다.
당진공장은 제조공정에 원청과 하청이 각각 4350명, 8000명씩 근무 중이다. 당진공장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나올 경우 현대제철은 대규모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다. 인천공장, 포항공장, 순천공장, 울산공장의 하청 노동자 수는 1000명 미만이지만, 당진공장은 8배 가량 많다. 현대제철이 당진공장의 불법파견 판결을 막기 위해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노무관리 전략을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하이스코는 2005년 '노동부 불법파견 조사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동했다. TF에는 노동부문 법조인, 원하청 등이 참여했다. 당시 원청은 불법파견 예상 질문지를 작성해, 하청업체를 일일점검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은폐했다. 고용부에 대관라인도 가동해 대응했다. 금속노조는 "고용부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의 불법파견 은폐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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