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2001년 귀국해보니 유학길에 오르기 전 만났던 공장 노동자들이 전부 회사에서 쫓겨나 자영업자로 전락해있었다. 국가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민의 노동할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한 것이다."
6일 만난 전순옥 소상공인연구원 이사장은 "대기업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절감에 집중했다"며 "기술자를 포함한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대거 퇴출당하면서 자영업자 숫자가 과도하게 늘어났다. 노동문제와 소상공인의 위기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의 근로할 권리와 국가의 근로조건 기준을 보장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1970년대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어머니 이소선 여사, 동생 전태삼씨 등 온 가족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던 전 이사장이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곧장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소상공인 분야로 관심을 확장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소상공인 위기에 대해 전 이사장은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국내 산업구조의 취약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과거 수십년 동안 대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해 세금을 쏟아붙고 저임금 노동을 강요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전순옥 소상공인연구원 이사장과 소상공인 권리당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는 "2001년 두 달 간 창원에 내려가 대·중소기업 하청 구조를 연구했는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익률과 노동자 임금까지 결정하고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직접 연관이 없다고 얘기하는 대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대기업 비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며 "규모가 큰 1차 협력사 입김이 센 중소기업중앙회에서부터 소상공인연합회까지 대기업과 같은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현상도 이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결국 문제 해결의 본질은 경제 성장과 대기업의 이익창출이 동일시되며 무너진 공정경제 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표면적으로는 최저임금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상징되는 종속적인 대·중소기업 관계 조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의미다. 전 이사장은 "소상공인을 포함해 전체 고용의 88%를 감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정부가 최대 과제로 꼽는 일자리 문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며 중요 과제 중 하나로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소공인 육성과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꼽았다.
10인 미만을 고용하면서 신발, 가방, 안경 등 소비재부터 기계금속이나 부품류 생산까지 19개 업종에 걸쳐있는 소공인은 공식 집계로만 34만개에 달한다. 평균 5인 고용으로 치면 150만개 일자리가 달린 분야다. 전 이사장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소공장 대부분 장인들이 일하고 있고, 다품종 소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며 "세계적으로 한국은 손기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하고 케이팝 영향으로 한국 제품 선호도도 높은 만큼 정부가 번역이나 마케팅 등을 지원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판매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3년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고 2015년 5월 시행까지 주도했지만 정작 해당 업무를 담당할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런 일은 미루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혁신성장은 인터넷 전문은행 같은 신산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며 "활용 가능한 자원인 소공인업계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판로를 지원하는 등 기술자가 대우받는다는 신호를 주면 대기업에만 몰리는 청년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독일처럼 제조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소공인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전순옥 이사장은 최근 부각된 소상공인 문제에 대해 "국가가 국민의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해 빚어진 문제"라고 진단했다. 사진/강명연 기자
영국 유학 당시 동네 잡화점이 업종 변경을 시도했다 실패한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의 자영업자 등록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우유나 신문, 담배를 파는 가게 주인이 치킨집으로 바꾸려고 3년 동안 재판을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며 "한국은 다음날 가게를 바꿔버리면 그만인데 거기서는 주민들이 모여서 3년 내내 토론을 한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그 가게가 필요한지 논의하고 정부도 도시 전체를 들여다보며 사회적 필요를 고려해 가게를 내준다"고 말했다.
이렇듯 유럽의 주요 선진국이 무분별한 자영업 팽창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 권익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을 충분히 갖춰놓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해도 어려운 처지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이에 따른 부작용 보완을 위한 정부 노력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73%를 차지하는 고용원 없는 소상공인과 물건을 만든 만큼 공임을 받는 기술자를 제외한 소상공인에게는 최저임금 영향이 있다"면서도 "최저임금도 못줄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를 지적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본질이 아니다"면서 "정부 역시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고려해 미리 대안을 내놓지 못해 이런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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