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직거래 고착화로 2차 협력사 파산"
국회서 자동차산업 보호 제도개선 공청회…박상인 교수 "약자 재산권 보호 못하는 한국경제, 시장경제 아냐"
2018-09-06 16:31:56 2018-09-06 16:31:56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현대차가 시키는 대로 했고 정해주는 만큼 밥을 먹었다. 비참한 착취구조에서도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거나 갑질을 비판할 수 없었던 우리는 현대판 노비다."
 
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손정우 한국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 대표는 2, 3차 협력업체를 쥐어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자동차산업 구조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손 대표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운영하던 태광공업의 피해 사례가 발표됐다.
 
현대차의 2차 협력사로 24년 동안 부품을 납품했던 태광공업·정밀은 1차 협력사 서연이화의 단가 인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지난 4월 서연이화의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계약을 맺고 금형(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을 서연이화에 넘기자 서연이화는 나흘 만에 계약이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은행에 알린 뒤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받아 열흘 뒤 태광 경영진을 공갈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태광 외에도 가진테크, 엠케이정공 등이 1차 협력사로부터 금형을 탈취 당했고 그 과정에서 경영진이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있었다.
 
이렇듯 자동차산업에서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의 금형을 탈취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은 완성차업체가 경영 효율화를 내세우며 도입한 직서열 생산시스템(JIS, Just In Sequence)과 이에 따른 수요독점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게 공청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JIS는 일본 도요타의 적기공급생산(JIT, Just In Time)을 응용한 것으로, 원청이 부품 재고관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동차 한 대를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부품의 순서와 시간을 알고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난 4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8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발제를 맡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날씨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재고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원청의 지배력을 활용해 재고비용을 하청업체에 전가시키고 있다"며 "반면 손실이 생기면 협력사에 엄청난 패널티를 부과해 현대차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이지만 하청업체를 희생시키는 방법이 자행돼왔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서열 구조에서 비롯된 수요독점구조를 공급독점으로 파악한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다. 손 대표는 "현대차가 이익 절감을 위해 독점을 선택했지 우리가 원해서 독점한 게 아니다. 타의적 독점인 데도 협력사를 독점업체라고 판단하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 역시 "현대기아차가 내수 자동차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독점구조에서 부품 공급업체를 장악하기 위해 독점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라며 "제품을 공급받는 쪽이 결정한 수요독점으로 가격 착취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거꾸로 공정위는 독점이라는 잣대를 고수해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 약탈적 산업구조가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가격 후려치기에 침묵하는 협력사가 재산권을 보호받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제 공정위제조하도급개선과장이 "기술탈취를 포함한 대기업 갑질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집행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집행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박 교수는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화학 등 국가 경제를 이끌어온 분야에 걸쳐 만연한 불공정문제를 공정위가 감당한다는 건 답이 될 수 없다"며 "약자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재의 한국경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해 얻는 이익이 불공정행위를 감수할 때의 이익보다 커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손해의 3배를 보장하고 있지만 법원이 실제 손해액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등 처벌규정이 불충분하다"며 "손해배상액을 크게 올려서 김앤장이 피해자를 변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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