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BMW의 소송 방어전략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현대해상 대표이사 출신…"재판 전에 증거 조사하는 디스커버리제 도입해야"
입력 : 2018-09-05 06:00:00 수정 : 2018-09-05 06: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불타는 차량'이라는 오명을 갖게된 BMW차량에 대한 피해 소비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이 시작된다. 가장 처음 제기된 소송은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가 BMW차주 4명을 대리해 BMW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이후 여러 로펌에서 대규모 원고인단을 꾸려 소송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 변호사는 BMW 측이 차량 화재에 대한 결함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 출신으로 변호사로서는 드물게 대기업 CEO를 맡았던 그는, 지난 2016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 등 차량과 관련된 여러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제조물책임법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차량 결함 소송' 전문가로 유명하다.
 
폭스바겐에 대해 5000명의 소비자가 낸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고, 자동차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다양하게 맡아왔다. 예컨대 벤츠 운전석 기능이나 브레이크 장치, 조향 결함 등이 문제가 돼 소송을 진행했다. 차량 결함 문제가 제기되면 회사 측에서는 결함을 인정하지 않아 소송을 질질 끌고 가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왜곡된 자료를 제출하는 등 결함 은폐가 관행이 돼가는 것을 평소에 지켜봤고 이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BMW 화재사고에 관한 BMW 측 대응을 봐왔었는데 결함 은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문분야를 택하게 된 계기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국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을 무렵, 현대자동차 법무실장으로의 입사 제의가 있었다. 당시 현대차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해 미국 측이 현대차 등 한국 차에 대해 통상법상 제재를 가하고 있었고 제조물책임법 관련 소송이 많아져 변호사들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자동차 관련 소송과 외국회사들의 M&A를 진행했고 그러면서 전문성이 생기게 됐다.
 
대기업 CEO 출신이다.
 
2004년 갑작스럽게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대표이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회사를 경영하고 현장 경험을 통해 직원들로부터 회사 고충을 들었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게 됐다. 소송에서도 회사 내부 대응 등 그림이 쉽게 머릿속에 그려져 집단소송에서 결정적인 전략을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불법행위가 계속 되고 있다. 대안이 없을까.
 
이번 경우에도 BMW 본사가 독일에 있어 결함 규명이 쉽지 않다. 수입차업체들은 대부분 본사에 잘못을 떠넘기는데 국회의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을 통해 수입업체를 직접 불러 조사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미국식 디스커버리제 도입이다.
본안 재판 전 증거조사 절차인 디스커버리제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피고인 기업에 문서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변호사들이 기업 담당자를 변호사사무실로 오게 해 심문을 진행한다. 설계변경 등 모든 증거를 기업이 갖고 있는데 영업비밀이라 법원에 제출할 수 없다는 게 기업 입장이고 재판부에 변호사가 문서제출명령을 요구해도 같은 이유로 조회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문서제출명령제도도 실효성이 적다고 봐야 한다. 문서제출 및 증인을 신청하면 사법부는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위자료 금액 산정도 우리나라 생활수준보다 아주 적은 금액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또 제조물 책임 소송에서 형사소송에서 진행하는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돼야 하며,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심리할 전담재판부 도입도 필요하다.
 
외국보다 우리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불이익을 보는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안전사고 예방이 잘 돼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부품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기준이 미국과 같지 않은 건데 이젠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미국 안전기준과 동일하게 바꿔야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안전기준 상 트럭의 에어백 장착이 필요없고 안전벨트도 3접이 아닌 2접만 필수일 뿐이다. 승용차 충돌시험도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도입돼야 한다. 그동안 국내자동차업계가 해외 진출을 하는데 국민들이 희생했다면 이제 보호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법무법인 바른에서 BMW 피해자 모임 법률대리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BMW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BMW의 설계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이를 숨긴 잘못이 있다.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 결함을 은폐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계 결함을 이미 지난 2016년에 알았으면서 2년 반 넘게 감추고 있다가 올해 여름에야 리콜을 실시했다. 피해자들이 화재가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별 것 아닌데 엔진을 교체해주겠다’며 넘겼고 언론에 밝히지 말라며 합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화재가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사고 중 가장 심각할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2년 넘게 은폐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해가 매우 크다.
 
이미 여러 정황이 나왔지만 BMW 측이 결함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증거가 나오면 스모킹건이 될 것이다. BMW독일 본사와 주고 받은 메일에 결함 은폐 사실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형사고소를 진행했고 압수수색이 이뤄졌으니 성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쉽지 않은 수사인데 한 달 여 만에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는 건 그만큼 압수수색에 대한 필요하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차관 등을 상대로 손배소를 진행하려고 한다. BMW차량 소유자들의 주된 피해를 차량 결함 은폐라면서 화재 원인 규명을 방치한 업무 태만이 피해를 확산시켰다. 특히 환경부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숨겼다고 의심된다. 리콜이 2016년과 2017년에 있었음에도 환경부는 화재 발생 위험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다. 대기환경보존법 시행규칙에는 임의설정 조작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화재발생이 우려되는 차량엔진에 데미지가 있으면 배출가스 저감장치 작동을 끌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조항 역시 환경부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토부에도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고속주행 테스트 등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이외에도 정부부처 자체가 아닌 관료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소송을 준비 중이고, 이와 별개로 직무유기 부분에 대해선 국가에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
 
앞으로 손해 입증 계획은 어떻게 되나.
 
결함 은폐에 대한 증거가 드러나면 정신적 피해 금액이 더 높아질 것이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EGR 모듈 외에 다른 화재원인이 있는지, 리콜만으로로 화재원인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 두 가지가 입증되면 손해배상액이 훨씬 더 많이 인정될 것이 다. 대법원에서도 민사소송에서 기업이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다수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 위자료를 상향했다. 피해자들의 운행이익 상실과 중고차 가격 하락부분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최대한의 피해액을 인정받기 위한 입증이 중요하다.
 
시기적으로 수사가 끝나고 민사소송이 진행되면 좋았겠지만 사태가 다급한만큼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 아직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배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경찰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니 손배소 재판이 시작될 즈음에 기소까지 기대하고 있다. 기소 이후 민사소송에 필요한 증거들을 활용하면 될 것 같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 사진/최영지 기자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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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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