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무소의 뿔처럼 가라
2018-08-30 08:00:00 2018-08-30 08:00:00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동네북이 되고 있다. 적폐청산과 남북관계 개선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지지율이 경제 불황의 지속, 고용상황의 악화, 소득양극화 확대로 빨간불이 켜졌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국정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갤럽이 8월24일 발표한 문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6%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성장이라는 3가지 경제개혁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미래성장을 위한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갑을관계로 표상되는 대중소기업간 불공정성을 해소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집권 1년 3개월 후에 받아 든 경제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증가폭이 전년 동월 대비 약 5000명으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나쁘다. 실업자 수도 100만명대를 7개월 연속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체감 청년실업률은 22.7%를 기록했다. 일자리대통령을 표방했는데, 고용 회복은 고사하고 더 악화됐다.
 
고용뿐 아니라 빈부격차도 확대됐다. 통계청의 ‘2018년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53만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 하지만 중하위계층 소득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은 늘었다. 하위 20%인 1분위가구의 소득은 132만4900원으로 7.6% 감소했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각각 15.9%, 21.0% 줄었다. 상위 20%인 5분위 가구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10.3% 급증했다. 이는 2016년 1분기 이래 10분기 연속 증가이며, 2003년 통계 집계 후 최초의 두 자릿수 증가로 역대 최대 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은 7월부터 다시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가 정치 공방의 핵심이슈가 된 것이다. 합리적인 비판과 논쟁은 없고 경제 상황 악화의 주범은 소득주도성장이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을 2.9%로 0.1% 하향조정하니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비판한다. 보수야당들은 보수언론이 만들어 놓은 경제 망국론 프레임에 동조하고 이를 부풀린다. 대통령선거 때는 여야 모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더니, 1년 만에 고용 악화와 자영업 어려움의 모든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자유한국당은 한발 더 나간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세금중독성장론’이라고 비판하며, 정기국회서 소득주도성장 한 놈만 팰 것이라며 정쟁화의 결의를 다진다. 그렇다면 보수야당들의 대안은 무엇인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폐기 대안으로 최저임금 결정에 국가 개입을 배제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의 정수를 줄이고 공익위원 추천권을 고용노동부장관이 아닌 국회가 가져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노사 자율협의로 결정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며, 특별 연장근로를 상시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상시 100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역설했다. 고용 개선과 소득양극화를 해소할 정책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경영계의 요구만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있다. 집권 초 고용 상황을 낙관해 정책을 실행했다. 조선산업의 붕괴는 가속화됐고, 자동차산업도 고용위기에 직면했다.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제조업의 고용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1년만 기다리면 고용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을 국민에게 전달했다. 지난 1년간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규직화를 통해 일자리 질을 높였으나 악화된 민간부문의 고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옳다. 하지만 수십 년간 구조화된 빈부격차와 세계 최고의 자영업 비율, 저임금노동자의 생활고는 몇 가지 정책으로 단기간에 풀 수 없다. 현 정부는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정치공방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실사구시의 원칙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라. 장밋빛 구상이 아니라 경제의 어려움을 고백하고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라. 단기 실적에 빠지면 다시 부동산경기 활성화나 혁신 없는 규제 완화론의 유혹에 빠진다.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가라. 그것이 경제개혁의 길이고 국민이 살 길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