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스코건설, 하청업체 법인장 매수해 허위 합의서 작성
CSP 브라질제철소 하청업체 수십억원 손실…합의서에는 포스코건설이 손실 주체로
2018-08-23 14:30:30 2018-08-23 17:35:51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포스코건설이 해외공사에서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은 하청업체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허위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위해 하청업체 현지 법인장을 1억원가량에 매수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뉴스토마토>는 23일 포스코건설과 하청업체 SP브라질 간 허위 합의서를 단독 입수했다. 2014년 10월 맺어진 이 합의서에는 정모 포스코건설 브라질법인장과 SP브라질 법인장 서모씨의 서명이 담겼다. SP브라질 대표 정모씨는 합의서가 존재하는 사실을 최근까지 까맣게 몰랐다.
 
포스코건설은 하청업체 소송에 대비해 허위 합의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씨와 포스코건설의 갈등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설업자인 정씨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있는 CSP브라질제철소 건설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법인 SP브라질을 설립, 하청업체 20여곳과 함께 브라질에 들어갔다. 공사비만 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브라질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발레(50%)와 동국제강(30%), 포스코(20%)가 합작하면서 국내외 철강업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포스코건설은 설계부터 자재 조달, 시공까지 턴키방식으로 계약을 따냈다.
 
프로젝트 시행은 순조롭지 못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현지 노동자들의 파업이 비일비재했고, 브라질 당국의 제재로 자재 반입이 지연되는 일도 잦았다. 결국 공기가 늦어져 포스코건설은 물론 하청업체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정씨는 2014년 10월 공사를 포기했고, 이 과정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건설기계, 건설재료, 공사 유보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정씨는 45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하청업체 대표였던 정씨를 배제하고 허위 합의서도 작성됐다. 합의서에는 포스코건설이 SP브라질로 인해 444만7314헤알(당시 한화 19억1069억원)의 손해를 입은 걸로 적혀 있다. 이에 SP브라질은 포스코건설로 귀속된 기계·재료비와 공사유보금 등 125만2585헤알(5억3886만원)을 제외한 263만6174헤알(11억3257억원)을 포스코건설에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체될 경우 이자 1%를 매달 적용토록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정모 포스코건설 브라질법인장과 하청업체 법인장이 맺은 허위 합의서. 하청업체 대표는 합의서가 존재하는 사실을 몰랐다. 사진/뉴스토마토
 
당시 정씨는 향후 불거질 소송에 대비해 포스코건설과 일절 합의하지 말 것을 현지 법인장인 서씨 등에게 지시했다. 서씨는 포스코건설로부터 20만헤알(8333만원)가량을 수표로 받고, 대표인 정씨 몰래 합의서에 서명했다. 서씨가 수표를 받을 당시 포스코건설 노무팀, 보증인 A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A씨는 "서씨가 20만헤알가량을 포스코건설로부터 받았다"며 "(포스코건설이)요청해 보증인으로 자리를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2015년 1월 브라질 세아라주 지방법원에서 합의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정씨는 포스코건설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은 합의서 존재를 숨겼다. 오히려 정씨에게 2016년 피해보상 명목으로 9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정씨는 "당시 포스코건설의 상무, 전무 외에 공사를 총괄했던 사장도 허위 합의서 작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하청업체에 갑질을 한 것도 모자라, 직원을 매수해 허위 합의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합의서를 작성, 서명할 경우 형법상 사문서위조죄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포스코건설은 CSP브라질제철소 건설 공사로 195건의 소송을 당했다. 732억원의 소송액 중 상당수가 하청업체 노동자 체불임금과 보상금 등이다. 제강연주 공사를 맡았던 하청업체 대표 김모씨는 대규모 손실에 스트레스를 받다 돌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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