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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연중 최고점 바짝…정유업계 실적 '청신호'
7월부터 마진 반등…"원유 도입가 하락·석유제품 수급불균형 심화 영향"
2018-08-20 14:57:46 2018-08-20 14:57:46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정유업계의 수익 척도인 정제마진이 3분기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식원유 판매가격인 OSP 인하와 중국의 중소 민간 정유사들의 가동률 하락, 인도 최대 정유사의 중질유분해시설(FCC) 가동 중단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분기 유가 상승으로 장부상 이익을 냈던 정유업계는 3분기에는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실적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8월 셋째주 배럴당 7.5달러로, 3월 첫째주 배럴당 7.6달러 이후 약 넉달 반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원유와 석유제품 간의 가격 차이로 정유사 영업이익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정제마진은 6월 중순 배럴당 4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한달 반동안 바닥권을 맴돌다가 7월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이달 10일 배럴당 7달러대로 올라선 뒤 지난 15일에는 7.99달러를 기록하며 8달러대에 바짝 다가섰다. 통상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6월까지는 제품을 팔아도 본전을 겨우 건지는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 2분기 정제마진 약세에도 총 2조15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증가에 있다. 원유 도입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에는 약 한달 정도 시차가 발생한다. 2분기에는 기존에 구입한 원유의 장부상 평가 가치가 올라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일 뿐 실질적인 이익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정유업계에서는 정제마진 반등에 주목한다. 특히 올 3분기는 수급불균형이 지속될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우선 원유 도입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8~9월 OSP 가격을 내려 유리한 상황이다. 제품 값에서 차지하는 원료 가격의 비중이 낮아져 정유사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진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 공급 상황도 우호적이다. 한때 저가 밀어내기 공세를 펼쳤던 중국 중소 민간 정유사인 '티폿'이 최근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와 과세 정책 등의 여파로 7월 가동률이 56%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가 지속하면서 향후에도 가동률이 60% 이하를 맴돌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중국발 공급과잉 리스크 부담이 이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 내 생산차질도 정제마진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최대 정유사인 릴라이언스는 최근 하루 50만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중질유 분해시설에 문제가 생겨 2주간 가동을 중단한다. 여기에 인도네이사 지역의 휘발유 수요 증가까지 겹쳐 당분간 수급불균형에 따른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유가상승 효과로 수익을 냈다면 3분기는 정제마진 강세로 인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이번 분기는 재고평가 손익 효과도 소멸해 정제마진 추이가 사실상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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