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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즉시연금사태, 사라진 금감원 책임론
2018-08-17 08:00:00 2018-08-17 08:00:00
'즉시연금 사태'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융소비자 강화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은 삼성생명 보험가입자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연금을 적게 받았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등을 보험사가 공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즉시연금 가입 당시 약관에는 그 같은 내용이 없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 등 보험사에 즉시연금 가입자 전원에게 미지급액을 지급하라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으나, 보험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민원을 제기한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면서 즉시연금 사태는 법리논쟁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지루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면서 금융당국이나 보험사를 취재하는 현장기자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게 됐다. 법리 논쟁의 특성상 뚜렷한 결론이 단시일에 나오지 않고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들리기 일쑤다. 취재원 말의 행간을 읽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금감원이 법리 논쟁으로 흘러가는 즉시연금 사태를 금융사와 소비자간의 분쟁으로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즉시연금 사태의 핵심이 불명확한 약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선 해당 약관, 산출방법서 등을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윤석헌 금감원장은 즉시연금의 사태 책임이 보험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자살보험금과 마찬가지로 약관이 애매하면 작성자(보험사)가 책임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검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보복성 검사 같은) 오해 받을 일은 안 해야 하지만 삼성생명 등이 금감원 검사와 관련된 업무가 굉장히 많다"며 "할일은 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약관을 빌미로 보험사 책임으로 밀어붙인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당시 약관이 문제없다고 승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민원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자 보험사 책임과 분쟁 조정으로 해결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당장은 소비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유도하고 금융사와의 소송을 지원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보험사가 법적 판단에 맡긴다니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은 "즉시연금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서라도 가입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외에 금감원이 내놓을 대책이라는 게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사, 소비자 간의 싸움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금융사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공방을 벌이는 방법외에는 없어서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려면 적어도 2~3년은 필요한데, 소송 결과를 기다리다 윤 원장의 임기는 끝나게 된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명확한 책임소재 확인과 대책 마련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우려가 불거지면서 노후 대비를 위한 사적연금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이때, 즉시연금 사태는 심각성이 크고 시간이 촉박하다. 당국이 책임소재부터 불분명한 이 상황을 법적 공방이라는 장기전으로 끌고갈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길 바란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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