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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이 100억대 기술 탈취"…축산 스타트업 주장 파문
유라이크 "법적대응 불사"…농진청 "특허청이 판단할 일"
2018-08-16 14:29:32 2018-08-16 16:56:36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정부기관이 축산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업체는 "6년 동안 1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베낀 것은 명백한 스타트업 죽이기"라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당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술개발에 나섰던 사업"이라며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16일 가축용 바이오캡슐 스타트업인 유라이크코리아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촌진흥청이 자체 개발했다고 지난 7월18일 발표한 '소 생체 정보 수집 장치(스마트알약)'가 자사 제품 '라이브케어'의 정보 수집장치 및 관리시스템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최근 농촌진흥청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축우 관리 시스템이 유라이크코리아가 그 이전에 개발해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축우 관리 시스템인 라이브케어와 너무나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며 "특히 이번 특허권 분쟁이 일어나기 이전인 2016년 10월5일과 6일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직원이 유라이크코리아 측에 국립축산과학원이 비슷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며, 라이브케어에 대한 기술 스펙, 통신 방식 등의 기술정보를 상세하게 문의해온 적이 있다"며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바이오캡슐을 활용한 라이브케어는 소의 생체정보를 실시간 수집, 분석해 개체별 질병, 발정, 분만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구제역을 비롯한 소의 식체, 유방염, 유행열 등 다양한 질병 예방과 조기치료를 가능하게 하며, 발정기와 출산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라이브케어는 국내 최초로 2014년 7월21일 특허를 획득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이 제품은 2017년 12월11일에 경구투여 동물용 의료기기 인증도 마쳤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4차산업혁명 파워코리아 대전에서 농림부 장관상을, 올해 2월에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기업용 모바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던 유라이크코리아에 빨간불이 켜진 건 지난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유사 기술 발표 때부터다. 7월18일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정부 세종청사 농림부 기자실에서 "'반추위 삽입형 건강정보 수집장치(바이오캡슐)'를 자체 연구팀과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농촌진흥청의 발표내용 자체에 기술의 유사성이 이미 암시돼 있다는 게 유라이크코리아의 주장이다. 김희진 대표는 "이미 국내 최초 국산화에 성공한 약 3년 전 2015년 9월23일 라이브케어 론칭 홍보문구를 그대로 사용했다"며 "농촌진흥청이 라이브케어 제품 기술 베끼기를 넘어 서비스의 론칭 홍보문구까지 카피했다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한 박찬목 유라이크코리아 연구소장 역시 "캡슐이 배출이 된다고 하면 독자적 기술이라고 하겠지만 농진청 자료를 보면 배출되지 않고 체내 반추위에 머무른다고 한다"며 "우리와 같은 기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촌진흥청이 자사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중기중앙회
 
스타트업 기술을 베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농촌진흥청은 7월19일 해명자료를 내고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의 기술은 체온과 활동량 변화를 직접 측정하는 방식이며, 체온과 활동량을 동시에 측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의 신체 상태 변화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유라이크코리아의 서비스와 차별화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라이크코리아와 달리 와이파이 통신망을 사용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라이크코리아의 기자회견이 열린 이날 역시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우리는 특허출원 단계고 특허청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라며 기술탈취와는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저쪽은 센서가 하나고 우리는 두 개다. 온도 센서 외에 활동량 측정하는 센서까지 장착한 게 우리 기술"이라며 차별성과 진보성을 강조했다. 또한 전송방식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와이파이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허등록이 안 된 상태에서 기술이전을 시작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농촌진흥청은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고 제품을 만들어주는 곳이 따로 있어야 하지 않나. 공동으로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제품이 현재는 나온 것도 아니다. 특허출원과 관련해 특허청의 결과를 받은 다음에 문제를 제기해도 늦지 않은데 저쪽에선 특허를 침해했다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농촌진흥청이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라이크코리아의 기술을 빼갔다는 주장에 대해선 "세미나 몇 번 했다고 해서 기술유출되는 게 아니지 않나. 만약 그렇게 기술이 유출됐다고 하면 직원이 문제인 것 아닌가.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농촌진흥청 입장에 대해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체온'을 측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어 우리 기술을 여전히 이용하고 있는 점에서 특허권 침해임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라이크코리아는 농촌진흥청 출원 시기인 2017년 10월보다 앞서 2016년 11월24일 국내외 활동량 관련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체온 및 활동량 측정가능한 제품개발을 완료해 그 제품으로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유라이크코리아는 와이파이 버전은 물론 로라(LoRa)망 버전까지 두 가지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유라이크코리아의 바이오캡슐 제품 '라이브케어'. 사진/중기중앙회
 
유라이크코리아 측은 농촌진흥청이 ▲특허침해를 인정하고 스스로 사업을 철회할 것 ▲산업체 기술 이전을 중단할 것 ▲스타트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농촌진흥청은 특허침해 및 기술탈취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기술이전을 통해 누구나 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이는 당사의 권리와 영업권 침해로 이어지며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는 생존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강력한 법적대응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기술보호상담센터에서 유라이크코리아의 법률상담을 맡은 법률사무소 영무 손보인 대표 변호사는 "농촌진흥청에 내용증명을 먼저 보냈고 최근 답변을 받았는데 기술탈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라면서도 "이 사안은 정부기관끼리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까 믿고 있는 면도 있다. 현재 중기부에 보고는 올라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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