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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원인규명 시일 걸려"…업계, 제품 신뢰도 하락 우려
5월부터 7월까지 3달간 사고 6건…"폭염, 결함, 외부충격 가능성"
2018-08-12 13:48:46 2018-08-12 15:02:1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최근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전력업계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SS 화재는 5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 걸쳐 총 6차례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BMW 연쇄 화재와 이상기온 등이 겹친 탓에 ESS 신뢰 하락과 추가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가 크다.
 
12일 업계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6건의 ESS 화재에 대해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앞서 5월2일 전북 고창의 해상풍력발전소를 시작으로 7월28일 세종시 제지공장 화재까지 올해만 6건의 ESS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경위 확인이 어려운 것은 ESS의 설계특성 탓이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이 생산되지 않을 때 이를 분산·방출하는 장치다. 단 ESS는 어떤 하나의 특정 제품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배터리 등 전력저장원과 전력변환장치(PCS, Power Conditioning System), 전력관리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등이 합쳐진 장비다. 현재 국내에서 배터리 부문은 삼성SDI와 LG화학이, PSC 부문은 LS산전이 주력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어느 부분이 원인인지, 단독 원인인지, 복합 원인인지 등을 금방 밝히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부분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문기관 등과 함께 확인해야 하며 단기간에 밝혀질 일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사진 내용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업계와 정부는 사고 원인으로 폭염에 따른 폭발, 특정 부품의 결함, 외부 충격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다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의 대략적 원인은 배터리일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의견으로 모아진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가 70~80도를 넘어가면 발화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최근 이상기온으로 전국이 폭염에 들끓었고, 하필 ESS가 설치된 장소가 밀폐된 탓에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면 배터리가 가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 관계자는 "화재사고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배터리에 대해 문의하고 관심을 갖는다"며 "구체적인 제품명은 모르겠으나 삼성과 LG 등의 제품이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복합적"이라며 "첫 사고가 일어난 5월은 상대적으로 무덥지 않았기 때문에 배터리의 발화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ESS 보급량은 1.8기가와트시(GWh)다. 최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보급량은 지난해보다 20배 이상 성장했다. 폭발적으로 ESS 수요가 늘었고 관련 기업에 대한 실적개선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칫 이번 사고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까 걱정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BMW 연쇄 화재로 해당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것도 영향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나 기계 등에 관련된 제품에는 언제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로 ESS 산업에 당장 심대한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잇따른 사고는 어쨌든 ESS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노심초사'나 '전전긍긍'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31일자로 전국에서 10㎿ 이상 ESS가 설치된 58개 발전소와 사업장에 대한 ESS 실태조사를 끝냈고, 추가사고 우려는 일단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7월 한달 동안 ESS 설치현황과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를 했다"며 "조사에 대해 별도로 공지할 계획 등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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