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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올림, 직업병 문제 중재로 매듭짓자
2007년 고 황유미 백혈명 사망…10년 이어진 직업병 문제 해결될까
2018-07-22 15:51:56 2018-07-22 15:51:56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의 직업병 문제를 해결할 외부 기구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가 10년 만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경영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중재 제안을 받아들였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도 조정위 제안을 수용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조정위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답보 상태였던 직업병 문제는 변곡점을 맞았다. 
 
조정위원회, 삼성전자, 반올림이 2015년 직업병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정위는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공개제안서를 보내 21일 자정까지 중재 의사를 수용할지 물었다. 이전에는 조정위가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수용 또는 거부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조정위는 이 같은 방식으로 양측의 합의가 쉽지 않아 중재 방식으로 바꿨다. 
 
조정위는 24일 오전 삼성전자와 반올림과 만나 중재 방식에 대한 서명식을 진행한다.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두 달 동안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며 중재안을 마련한다. 조정위는 10월 초까지 최종 중재안을 마련하고, 반올림 소속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최종 중재안이 나오면 양측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보상, 사과, 재발방지 대책 등 3가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 이견을 줄인 상태다. 양측은 2016년 조정위가 제안한 '옴부즈맨위원회' 발족에 합의했다. 위원회는 삼성전자 작업장에서 직업병이 재발하지 않게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철수 서울대 교수가 위원회 사령탑을 맡았다. 삼성전자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조사해, 안전 대책을 삼성전자에 권고하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직업병 문제를 재차 사과하고, 반올림 소속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문제는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대표이사 시절인 2014년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는데 고통을 겪은 분이 있다"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직업병 발병의 책임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사과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의적 사과 수준이 아닌 안전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라는 요구다. 
 
양측은 직업병 보상범위와 보상금액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삼성전자는 조혈기계암(백혈병, 림프종), 뇌종양, 유방암까지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직업병 피해자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백혈병 보상위원회에 신청하면 검토 후에 보상했다. 반면 반올림은 유산, 불임, 난소암, 희귀질환(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등 11개 질환), 폐암, 자궁암, 골육종, 갑상선암, 양성 뇌종양, 유방암 0기, 다발성 신경염, 만성신부전까지 보상을 요구했다. 
 
보상금 산정 방식도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요양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를 위로비와 함께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반올림은 요양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이후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업병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할 경우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고 반올림은 설명했다.
 
조정위는 최종 중재안을 마련할 때까지 양측의 이견을 최대한 좁히는 과제를 안았다. 최종중재안은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한쪽이 불만족하는 중재안이 나올 경우 논란은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씨가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뒤 10여 년이 지속된 직업병 문제가 해결될지 기로에 노인 셈이다. 
 
조정위는 "합의를 위해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일정부분 양보와 타협이 불가피하다"며 "중재안이 잠재적 피해자까지 적절하게 구제할 수 있게 합리적인 기준과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위는 "중재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게 모든 분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정위는 2014년 삼성전자와 피해자 모임인 가족대책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출범했다. 이후 1년 만에 공익법인을 통한 직업병 문제 해결을 골자로 하는 조정권고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수용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후 최근까지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조정절차도 잠정 중단됐다.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사안의 조정을 맡았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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