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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73년 독점 수사지휘권 내려 놓는다(종합)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직접 수사는 특별수사만
경찰, 1차 수사종결권 확보…영장제도 현행 유지
2018-06-21 16:33:43 2018-06-21 16:33:43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은 폐지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는 부패·선거범죄 등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된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21일 발표했다. 이낙연 총리는 대국민담화문에서 "정부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했다"고 했다.
 
이 총리는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다"면서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더 나은 수사권 조정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부분적 보완을 통해서라도 이 합의의 취지가 제도화돼 오랜 갈등을 끝내고 형사사법 제도가 혁신될 수 있도록 검경 두 기관이 대승적으로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경찰, 검찰 수사지휘 안 받고 사건 수사한다
 
합의문에 따르면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일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진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에 검사는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 경찰은 사건을 불기소하겠다고 결정하면 불송치결정문과 사건기록등본을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통지하면 된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가칭) 직속 수사심의 위원회를 설치해 반기별로 모든 불송치 결정의 적법·타당 여부를 심의해야 하며, 심의 결과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이 나오면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
 
다만, 검찰은 송치 후 수사권과 함께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등 통제권을 갖는다.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야 하며,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경찰청장 등 징계권자에게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같은 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해서 수사하는 경우 검사에게 우선권을 주되,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에는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경찰의 우선권을 인정한다. 
 
검찰, 영장청구권 유지…경찰에 이의 제기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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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청구권은 헌법에 규정된 대로 검찰이 가지지만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중립적 외부인사로 구성되며, 경찰은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 검사나 검찰청 직원 등에 대해 경찰이 영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경 양측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서로가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이 안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검사에 의한 영장신청 조항'이 1962년 5차 개헌 당시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돼 56년간 검찰의 영장독점주의는 유지돼 왔다. 경찰은 그동안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지금도 영장기각 후 재신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경찰은 검사의 영장 기각 시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자치경찰제 도입…내년 안 서울·세종·제주 시범 실시
 
수사권 조정과 함께 비대해지는 경찰에 대한 견제 방안으로 자치경찰제가 추진된다. 내년 안에 서울·세종·제주 등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지자체가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담당하는 제도다. 검찰은 그간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 도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위원장 정순관)가 중심이 돼 현행 제주 자치경찰제의 틀을 넘어서는 자치경찰제 실현을 위한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치분권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자치경찰법' 마련과 함께 관련 법령 제·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치경찰의 사무·권한·인력 및 조직 등은 자치분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경찰은 ▲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자치경찰위원회 설치 계획 ▲ 비(非)수사 분야(지역 생활안전·여성청소년·경비·교통 등) 및 수사 분야의 사무 권한 및 인력과 조직의 이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자치분권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자치경찰제가 시행착오를 겪을 경우 문제점을 보완할 것"이라며 "자치경찰이 수사권 전체를 모두 가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지역별로 효율적인 치안서비스가 제공되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나, 치안서비스의 수준 차이와 토착세력화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안은 향후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 장관은 "법무부는 이 정부안이 법제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조장안의 취지가 제도화되고 형사법 제도가 개선돼 국민이 원하는 검찰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많은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에서 참석자들이 합의문 서명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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