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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시버트, 안전하다는 의미 아냐…피해수준 우선 파악해야"
국회서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폐질환 외 질병 여부 조사 필요 강조
2018-06-20 18:41:27 2018-06-20 18:41:27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해놓은 기준치인 연간 1mSv(밀리시버트)는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유효선량이지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안된다거나 안전선이라는 인식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라돈침대 사태를 통해 본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방사선 노출에 비례해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건 상식이고, 연간 1mSv에 노출됐을 때 만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통계는 의미 없는 수치가 아니"라며 라돈 침대 피해 위험성을 축소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폐 질환 이외 질병 여부 조사와 함께 피해자 등록을 서두르고 추적 관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매트리스 사용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방사선에 노출됐는지 평가하고, 호흡기 폐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 표적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조사해야 한다"며 "현재 피해자들이 10년 정도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도 영향을 받아 질병이 나타날 수 있는 시기지만 장기적으로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공식 위원회를 만들고 피해자 등록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 역시 폐 질환 외의 질병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토륨232에서 라돈과 토론이 둘 다 나오는데 반감기가 132년으로, 몸 속에 한 번 들어오면 계속 피폭된다. 기준치를 떠나 토륨 포함제품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며 "소비자들이 호흡기와 피부질환 등을 가장 많이 호소하고 있는데 원안위는 알파선만 문제삼고 있다. 알파, 베타, 감마선 영향을 모두 받는 점을 감안해 다른 질환도 관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발전에만 치중한 결과 기업 과실을 철저히 묻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호철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반복되는 생활용품 유해사고의 배경은 규제 혐오를 만들어온 한국의 입법·행정 체계에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규제 관련 기본법인 행정규제기본법에서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는 규제영향분석, 공청회, 의견수럼, 입법예고, 심사 등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지만 규제 완화나 폐지의 경우 규제 정비라는 미명으로 수월하게 운영하게 돼 있어 비대칭적이다. 학계에서는 규제완화 유도법률이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주영우 교수 역시 "기업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침대를 만든 측면이 있는데 정부는 발전 위주의 사회에서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 너무 많은 면죄부를 줘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집단 피해를 해결하는 사회적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혜정 위원장은 "모나자이트 관리 책임이 있는 원안위가 집중 질타를 받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관련 부처에서도 제품 허가를 내준 책임이 분명히 있다"며 "총리실 산하의민간합동대책기구를 마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를 범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피해자 역학조사를 포함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우 교수 역시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비롯해 이러한 문제가 반복돼왔는데 더 이상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처하면 안 된다"며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어떻게 의사결정하고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를 합의하는 과정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당장 사용자들은 수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수거되고 나면 피폭 정도를 규명하기 힘들어진다"며 "사용자들이 얼마나 침대를 사용했는지 데이터화해서 수거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2006년에 MBC에서 건축자재 때문에 생활 공기질 수준이 심각하다는 집중 취재보도를 냈는데, 당시 보도국장이어서 기억하고 있다"며 "이후 환경부가 실내 라돈대책을 내놓고 2011년 생활방사선법이 만들어지는 등 조치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에 얼마나 구멍이 많은지 드러났다. 안전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들은 정부의 허술한 대응에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부분이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과거 몇 차례 생활 방사선 관련 문제가 터졌지만 철저하게 조사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터졌다"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조치를 시급히 마련하는 동시에 제도적인 문제까지 검토해서 필요하면 올 가을에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라돈침대 사태를 통해 본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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