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혁신성장과 ‘포정’ 이야기
입력 : 2018-06-14 08:00:00 수정 : 2018-06-14 08:00:00
기획재정부에 혁신성장을 전담하는 새로운 조직이 생긴다. 제1차관의 주도 하에 기존인력으로 조직되는 혁신성장본부는 혁신성장산업의 육성과 관련한 규제 및 관행개선, 법·제도의 재정비, 예산의 효과적 운용 등을 추진하게 된다. 혁신성장을 위한 과제를 신속·과감하게 추진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함이다. 환영할 일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둘러싼 거듭된 논란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있는 듯하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현안이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신산업과 기술기업을 위한 혁신성장에 관해서는 가시적인 정책마련과 집행이 미진하다는 세간의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혁신성장정책이 산업계에서 체감할 만큼 와 닿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규제해소나 법·규정의 정비 등 제도적 접근이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특성, 그리고 기업의 다양한 자금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예산부담이 크다는 점도 있다. 더욱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혁신성장분야의 제반요소를 통합적으로 다룰 컨트롤타워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각 부처 기존의 이해관계와 관행, 절차의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시장요구에 제 때 부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따라서 혁신성장이 본연의 기치에 맞게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일으키고, 기업의 경영체질개선과 시장의 확보 등 경제적 도약의 좋은 기회를 만들고 소정의 성과를 거두려면 몇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혁신성장의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혁신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다. 고용이나 부가가치의 성과도 기업에서 나와야 한다. 단지 소득주도성장에 불평하는 집단에 휘둘려서도, 기업을 앞세운 이익집단에 가려져서도 안 된다.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다양한 요구와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다.
 
또한 정부는 책임과 권한의 범위 내에서 시장에 맞는 정책을 펴야한다. 손쉽게 예산지원에 기대는 정책을 세우거나 단기적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특히 규제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므로 균형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공무원의 역할과 태도는 성패의 큰 변수다. 공무원은 법·제도는 물론 예산과 기획조정권한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정책적 방향을 명확히 하고 혁신성장에 대한 전문식견과 조정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산업과 기술의 이해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기술윤리의 문제, 산업연관효과나 폐해 등을 알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관련 공무원은 이익집단의 주장과 논리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공무원들에게 '포정해우'의 묘법을 권하고 싶다. 장자의 '양생주'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문혜왕 앞에서 포정(백정의 이름)이 소 잡는 시연을 하는데 그 실력이 신기할 정도였다. 포정의 춤추는듯한 부드러운 손놀림에 소의 뼈와 살이 스르르 해체되는 것이었다. 이를 본 문혜왕이 “어떻게 이런 신기(神技)에 이르렀냐?”고 묻자 포정이 답한다. “이것은 기(技)라 하지만 실은 도(道)입니다. 처음에는 소만 보였는데 경지를 벗어나면 소는 보이지 않고 살과 뼈를 가르는 길을 찾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솜씨의 칼질은 자꾸 뼈를 건드려 결국 칼도 못쓰고 일도 더디게 된다는 것이다. 한 달 또는 1년마다 칼을 바꾸는 노련한 백정들과 달리 포정은 19년 경력동안 칼 한 자루로 수천마리를 잡았다. 포정의 해우(解牛)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자원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혁신성장은 목표가 명확하고 실현가능해야 한다. 특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기득권이나 장애물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산지원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살도 얻고 뼈도 상하지 않게 그래서 칼도 흠나지 않는 혁신성장, 이를 위해서는 기술을 넘어 도(道)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혁신성장에 포정이 필요하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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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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