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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이재용·정의선 3·4세 '트리오'
기업 잘 이끌 것 같은 인물 1위에 구광모…조원태·김동관 등은 부정적 낙인효과
2018-06-05 07:00:00 2018-06-05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향후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재벌 3·4세로 꼽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현역에서 활약 중인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 반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진 갑질 파문이 3·4세의 신뢰도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서 구광모 상무는 '3·4세들 중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사람' 항목에서 26.9%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8%),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5.0%),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12.3%), 허윤홍 GS건설 전무(7.1%) 등의 순이었다. 3·4세에 대한 평가는 공정위가 공시한 30대그룹 중 후계 구도가 비교적 명확한 12개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500명의 응답자가 순서대로 3명의 3·4세를 뽑고, 이에 순위별로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결과를 산출했다. 
 
 
경영자로서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구 상무가 최상위권에 랭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다. 지난달 17일 그룹 지주사인 ㈜LG 이사회가 구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의결하면서 그룹 후계자로 전면에 섰다. 같은 달 20일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LG 가문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상무로의 경영 승계가 굳혀졌다.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은 이달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구 상무는 ㈜LG로 다시 자리를 옮겨 그룹 경영 전반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상무는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국내외 제조, 판매, 기획 등의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15년 상무로 승진했으며, 올해부터는 LG전자 성장사업의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으로 글로벌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가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월 사이니지 전시회 'ISE 2018'이 거의 유일하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구 상무의 1위는 고 구본무 회장의 후광효과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용인 받고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검증받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위에 랭크된 이재용 부회장은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으로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4년 만에 공식적으로 총수가 됐다. 하지만 부친의 카리스마를 딛고 삼성을 대표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우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도 과제로 꼽힌다. 이 같은 시선들을 의식해 이 부회장은 국내 경영 복귀는 미룬 채 해외 일정만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유럽, 캐나다, 일본, 중국 등을 다녀온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홍콩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진 정의선 부회장은 부친 정몽구 회장의 건강 악화로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 4년 연속 참가하며 글로벌 자동차 CEO들과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 또 베이징 모터쇼를 포함해 올해에만 세 번이나 중국을 찾으며 중국 내 위상 되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방안이 엘리엇 등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 등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후 새로운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한편 기존 총수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3·4세에게 그대로 이어진 것도 특징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0.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어머니 이명희씨를 비롯해 두 여동생이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이 부친 조양호 회장의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 수사에 착수하는 등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사정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진행 중이다. 조 사장 역시 최근 교육부가 인하대 부정편입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2.6%)가 하위권에 머문 것도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이미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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