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 이창동 감독, 그가 전한 ‘버닝’ 속 세계와 현실의 눈
“내가 생각한 ‘버닝’, 대중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모두에게 서사 존재…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 아닐 수도”
2018-05-28 10:24:48 2018-05-28 10:41:3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인 영화 ‘버닝’은 개봉 전에도 개봉 후에도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기획단계부터 파격적 코드의 영화란 점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자극적 스토리, 수위 높은 노출 등 ‘버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것. 한 차례 제작 무산 위기도 있었지만 재정비 후 촬영에 돌입해 마침내 완성됐다.
 
‘버닝’은 지난 19일 폐막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됐지만 무관으로 칸 행보를 마쳤다. 지난 17일 개봉 이후 국내 평단과 관객들의 ‘버닝’ 평가는 대체로 악평에 가까웠다. 무관에 그친 칸 영화제에서조차 ‘최고의 걸작’이란 찬사가 이어졌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여기에 개봉 전 주연 여배우 전종서의 공항 태도 논란과 스티븐 연의 ‘욱일기 SNS 좋아요’ 논란도 ‘버닝’에 대한 시선을 왜곡시켰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데드풀2’가 점령한 극장가 흥행 트렌드와도 대립각을 이루는 색체의 ‘버닝’은 코너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스토리 자체의 모호함과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버닝’은 관객들에게 ‘불편하고 어려운 영화’로 입소문이 퍼져갔다. 상업영화로선 최악의 악재와 연속으로 싸우게 된 셈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동 감독은 ‘버닝’ 연출자로서 대중들이 갖는 이런 시선과 해석 그리고 영화 속 숨은 메타포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이창동 감독과의 대화는 ‘버닝’과 인간 이창동을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가 됐다.
 
이창동 감독. 사진/CGV아트하우스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하신 데 이번에는 언론과 만나기로 결정한 이유가 뭔가
▶감독은 그저 작품으로만 대중들과 소통하면 된다는 소신이 있었다. 언론과는 영화 전문 매체와만 데뷔 이후 몇 번 인터뷰를 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내가 좀 설명을 해드려야 할 필요가 있을 듯 싶었다.
 
-‘버닝’에 대한 칸 영화제 현장 분위기와 국내의 반응이 너무 다르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우선 칸 영화제에서의 반응은 내 예상 보다 훨씬 좋았다. ‘도대체 왜 이러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웠다. 보통 칸 영화제에 출품되거나 초청을 받는 영화들은 대게 뭐랄까. 예술 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만 초청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성 보단 오히려 개성이 강한 영화들이 경쟁 부문에 초청된다. 그래서 (버닝이) 현지에서 호불호가 나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지에서) 다들 너무 좋다고만 하니깐 ‘이게 대체 어떤 방식으로 전달이 된 것일까’란 궁금증이 생기더라. 국내 반응은 예상대로 호불호가 크다. 국내와 해외 온도차이는 지금도 왜 그런지 생각 중이다. 그 차이의 이유는 지금도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굳이 설명하자면 국내에선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버닝’을 받아 들이는 것 같다.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작으로 힘을 받았지만 결국 수상이 불발됐다
▶(수상 불발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어쨌든 ‘버닝’이 황금종려상 수상에 올인 한 모양새가 됐다. 여러 정황이나 상황이 그렇게 돼 버렸다. 상을 의도한 것은 아닌데. 결국 수상 불발이 결정적으로 (국내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관객들이 낯설게 느낀다고 해도 수상을 하면 (작품성) 인정을 받았단 것이 되니 오히려 좋게 해석이 하는 경향도 있지 않나. 결과적으로 관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결국 그런 가능성이 다 사라졌다. (주변 얘기로도) 수상을 했다면 한국 영화 전체 활력과 자극이 됐을 텐데 라는 말을 하더라. 그런 지점은 지금 생각해보니 분명 아쉽다.
 
-8년 만의 신작이다. 다음 작품까지도 그 만큼의 시간이 또 걸릴까
▶뭐 8년을 놀면서 보낸 것은 아니다(웃음).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고 지금도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도 여러 편 썼다. (8년 동안) 준비하다가 불발된 경우도 있었고. 8년 보다 짧아질 수도 있고 더 길어질 수도 있고 사실 잘 모르겠다. 아마도 영화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욕을 다시 만드는 데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 지가 관건일 듯싶다.
 
-‘버닝’은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영화 자체의 구조가 갖는 기능이 그렇다. 그런 여지를 두는 것도, 그런 여지가 생기는 것도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가진 미스터리의 기능적 특징 이랄까. 성격 이랄까.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가는 오롯이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란 매체의 특성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이 되는가.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든 궁극적인 목표였다. 해석의 다양함은 당연하다고 본다.
 
-관객들이 전한 해석 중 인상적인 풀이가 있었나
▶그저께(23일) 한국에 입국해서 다 보지는 못했다(웃음). 아마도 제일 큰 해석이 ‘벤이 해미를 죽인 것 같은데 왜 종수가 그렇게 밖에 반응을 안하냐’란 질문을 GV에서 받은 것이랄까. 사실 영화를 본 뒤 제일 쉽게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관객 들도 영화 속 ‘종수’도) 분노 하는 것 아닌가(웃음). 청년의 분노를 왜 그렇게 밖에 표현 못하냐는 얘기도 있었다. 이 모든 게 결국 자기 각자의 서사, 즉 관점과 풀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시선이 아닐까.
 
-그럼 결과적으로 ‘버닝은 어려운 영화’란 설명이 될 수도 있다. 상업영화로선 치명타 아닌가
▶당연히 그런 시선이 있을 것이란 가능성도 생각했다. 내용이 어렵기에 흥행이 힘들 것 같단 위험성도 인지 하고 있었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극복할 것 인지만 고민했다. 내 나름대로는 대중과 분명히 소통 가능한 지점이 있다고 봤다. 나도 영화를 흥행이란 관점의 성공 모델로만 따라가며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그게 발전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나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독’이라고 하는데 난 단 한 번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질문을 했을 뿐이다. 메시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라면 할리우드 오락 영화가 정답 아닌가. 마블 영화만 봐도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란 확실한 주제를 담고 있지 않나. 이런 메시지가 관객들의 삶에 대체 얼마나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그래서 난 영화는 질문이라고 본다. 그 질문을 안 받아 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아무리 불편한 질문(영화)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슴에 남게 마련 아닌가.
 
-그래서 ‘버닝’ 속 ‘메타포’ 혹은 ‘힌트’가 전작들에 비해 너무 어렵단 관객들이 많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쉬운 힌트도 있고 아주 어려운 힌트도 담았다. 꽤 여러 겹의 힌트를 심어 놨다. (보신 분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경향을 있는 듯하다. ‘그 힌트가 힌트가 맞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이 기회에 몇 개 공개를 할까. 해미의 방에 드리워지는 남산타워의 빛. 사실은 그게 빛이 아니다. 햇빛처럼 보이지만 반사된 것이지 않나. ‘버닝’ 속 모든 힌트와 코드는 그 장면부터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란 것을 말하고 싶어 넣은 장면이다. 고양이에 대한 부분도 그렇다. 고양이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름을 불렀다고 자신에게 오는 고양이를 보고 해미의 죽음을 확신한다? (웃음) 고양이가 이름 부른다고 오고 안 부른다고 안 오나? 그냥 고양이일 뿐이다. 더 이상 밝히면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그만하겠다(웃음) ‘그렇게 많이 힌트를 줬는데 이렇게까지 안 읽혀지나‘란 아쉬움이 들기는 한다(웃음)
 
이창동 감독. 사진/CGV아트하우스
 
-종수(유아인)가 지금 시대의 보편적 젊음을 대변한다고 보기 힘들단 지적도 있다
▶종수는 현재를 살고 있는 20대 후반 작가지망생 청년이다.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 놓은 현실의 덫에 묶여 있다. 종수가 시골집으로 향하지 않나. 그게 가고 싶어서 갔겠나. 어릴 적부터 벗어나고 싶던 현실이다. 원치 않았지만 결국에는 현실에 좌절해 벗어나고 싶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나. 결국 벗어나고 싶던 그 공간에 다시 묶여 버린 거다. 그 묶인 이유가 너무도 하찮은 이유인 ‘송아지 밥 줘야 하기 때문’이란다.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대변했다. 지금 한국 젊은이들의 엄연한 현실이 그렇다고 봤다. 그럼에도 왜 하필 종수 같은 처지의 인물이 주인공이고 젊음을 대변하냐고? 그건 연출자인 내 마음이다(웃음).
 
-반대로 벤(스티븐 연)의 모습이 너무 이질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크게 이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벤처럼 친구들과 만나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성당에 가고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고급차와 고급스런 빌라는 영화적 장치일 뿐이다. 삶 자체의 모습에선 나도 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이었다. 난 보편적이라고 봤다.
 
-해미(전종서)가 말한 우물에 대한 의미는 무엇인가
▶영화를 보면 우물에 얽힌 스토리가 사실인지 아닌지 나오지 않는다. 만약 해미가 그 얘기를 지어냈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해미의 언니가 말한다. ‘동생이 얘기를 잘 지어낸다’라고. 결국 해미에게도 자신만의 서사(삶)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서사가 있다. 만약 그 얘기가 해미에 의해 만들어진 얘기라면 왜 해미는 그런 얘기를 만들어서 품고 다닐까. 그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겠다. 종수의 엄마가 그러지 않나. 유일하게 우물의 존재를 인식하는 인물이 종수의 엄마다. 종수의 엄마에겐 그 우물에 대한 서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서사가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벤’ 역할에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다. 원작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데
▶이미 기사화가 돼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다른 배우(강동원)를 캐스팅해 1년 정도 준비했다가 잘 안됐다. 난 캐스팅 후보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소위 영화가 엎어졌으니. 암담했지. 그 시기에 ‘버닝’ 시나리오를 함께 쓴 오정미 작가가 스티븐 연을 추천했다. 나도 그가 출연한 영화 ‘옥자’를 봐서 누군지는 알고 있었다. 우연찮게도 미국에 있던 스티븐 연이 행사 차 국내에 3일 일정으로 들어올 일이 있다고 했다. 3일 동안 행사를 마치면 저녁마다 나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영화 속 ‘벤’은 사실 연기하기에 아주 까다로운 지점이 많다. 그런데 이 배우가 그런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말 중에 ‘벤’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존재론적 위기’란 말을 하더라.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난 봤다. 물론 하루키의 단편 원작도 읽고 왔다고 했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해 걱정은 했지만 난 연기자로서의 그의 능력을 믿었다.
 
-화려한 느낌의 유아인을 ‘종수’로 캐스팅한 점도 색달랐다
▶그 화려한 느낌 때문에 오히려 유아인 이었으면 했다. 유아인이 강렬한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나. ‘버닝’ 속 ‘종수’는 텅 빈 느낌이어야 했다. 사실 종수는 ‘버닝’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유아인이 하면 어떤 느낌이 될까 궁금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버닝은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는데 영화를 만들고 그 미스터리가 해소됐나
▶그걸 해소했다면 앞으로 영화를 하면 안 된다(웃음). 영화를 만들수록,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갈수록 삶과 영화에 대한 미스터리는 더욱 짙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무엇이 잘못됐어도 해결책이 무엇이고 어떤 결과가 올지 우리가 다 알고 있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도 다들 모르고 산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싸우겠나. 세상이 그렇게 보도록 만드는 것 같다. 그게 문제라고 난 본다. 나도 그렇게 느끼니깐. 한 때는 ‘분노하라’는 운동도 있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분노해도 해결되지 않는 세상이다. 이 영화가 다른 의미에선 그 ‘분노’를 말한다고 봐도 될 듯하다.
 
이창동 감독. 사진/CGV아트하우스
 
-이창동의 20대 시절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다. 청년 이창동이 그 시절을 살면서 느낀 분노와 ‘버닝’ 속 지금 시대의 젊음이 느끼는 분노가 다른가 아니면 같은가
▶요즘 청춘의 분노가 이전과 제일 큰 차이는 희망이라고 본다. 나의 시절 때는 희망이 있었다. 아무리 독재정권이라도 정치적으로 물질적으로 열심히 저항하면 미래는 좋아지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해도 희망이 없고, 분노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다. 세상이 앞으로 더 잘될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게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지난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뭔가 이뤘다는 생각이 있다.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 것도 같고, 나도 충분히 그런 걸 나눴다. 그런데 우리 삶의 근본 이랄까. 그 구조가 바뀌는 것은 훨씬 오래 걸리고 훨씬 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것이 내겐 너무 멀어 보인다.
 
-‘버닝’에선 전작들에서 그려온 사랑에 대한 해석도 좀 달라진 것 같다
▶다소 비관적으로 바뀐 것 같기는 하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젊은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눠봤다. 의외로 그 나이(영화 속 종수의 나이와 같은 20대)에 여자와 사귀어 본 적도 육체적 행위를 나눠본 적도 없는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더라. 그런 친구들에게 작은 계기를 준다면 내면에 있는 어떤 감정을 전적으로 의탁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계기가 상대방을 유일한 존재로 인식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영화에서 종수가 해미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화 외적으로 배우 이슈 그리고 마블 영화들과의 대결 등 흥행에서도 큰 타격을 받은 것 같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버닝'은 종수나 해미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들의 이야기다. ‘버닝’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자리가 칸 영화제의 붉은 카펫 위였다. 그 자리는 ‘버닝’ 속 벤의 세계, 즉 비현실적 세계다. 내 보기에 굉장히 ‘미스매치’한 상황이다. 이런 느낌은 영화를 찍고 칸에 갈 때마다 느낀다. 그리고 ‘버닝’은 극장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나 ‘데드풀2’ 같은 마블 영화와 싸운다. 슈퍼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해 어떤 분노를 갖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버닝’이 이들 영화와 맞붙어서 처절하게 깨지고 있다. 어쩌면 그게 ‘버닝’의 운명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소설가이기도 하다. 영화가 아닌 소설 집필에 대한 생각은
▶마음은 언제나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능력이 안되니. 새로운 소설이 나올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쓸 시간이 없기도 하다.
 
-최승호 MBC사장이 영화 속 ‘종수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캐스팅 배경이 어떻게 되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사석에서 제안을 드렸다. 사실 그분께는 실례되는 표현인데. 왠지 ‘종수 아버지’처럼 보였다(웃음). 제안을 드렸을 때 너무도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물론 캐스팅 제안과 촬영은 MBC 사장 부임 이전에 모두 완료가 됐다. 아주 즐겁게 촬영을 해주셨다.
 
-가장 궁금 했던 질문이다. 왜 ‘하루키의 단편’이었나.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의 극중 등장도 특이했다. 두 작가와 ‘버닝’은 어떤 공감대를 갖고 있나
▶윌리엄 포크너와 무라카미 하루키[영화 ‘버닝’의 원작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는 포크너의 소설 '반 버닝'(Barn Burning)의 오마주에 해당되는 작품이다]의 대결이랄까.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질문이다. 나 역시 작가이고 평생을 문학과 서사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연구한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만약 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긴 얘기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혹은 간결하거나 또는 즉흥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하루키의 세계에 살고 있는 젊은 포크너 이야기’가 ‘버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은 하루키의 세계처럼 변하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이 그런(하루키의 작품 속) 삶의 방식을 취하는 것만 같다.
 
-본인에게 언론이 선물한 ‘거장’이란 타이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웃음) 호칭은 내겐 중요한 게 아니다. 내용이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 거장이란 타이틀이 너무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