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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에도 실적쌓기용 입법 남발
법안 발의, 20대 국회 임기 절반 동안 19대 수준 육박…졸속·재탕 우려
2018-05-08 16:14:22 2018-05-08 16:14:22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국회가 3월30일 이후 40여일 동안 멈춰섰지만, 여야는 각종 법안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이달 들어서만 하루 평균 25건 이상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상화보다 ‘실적쌓기’가 우선이었던 셈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위원장 포함) 발의 법안은 1만2329건이다. 20대 국회 임기가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발의 법안 수는 19대 국회 전체(1만6729건)의 73% 수준에 달한다. 이 중 105건은 국회가 공전하던 이달 1~4일 나흘 간 제출됐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도 9122건이나 된다.
 
잠든 법안 위로 계속해서 법안이 새로 쌓이면서 졸속입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원들이 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내는 이유 중 하나가 실적이기 때문이다. 의정활동 보고서 기록을 채우거나 국회와 정당·시민단체 등이 수여하는 우수의원상 수상, 공천 점수 반영 등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활발한 입법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남발할 경우 무성의하고 부실해지기 일쑤다. 이는 우선 입안부터 해놓고 상임위원회를 통해 수정하면 된다는 식의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대형 이슈만 터지면 여론에 떠밀려 찍어내듯 만드는 법안도 문제다. 지난 3월 초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이후 미투 관련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미투 관련 법안은 현재 130여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건이 사건 이후 제출된 것으로, 사건 바로 다음 날 나온 법안도 있다.
 
내용면에서도 기존 법안들의 표현만 일부 바꿔 ‘재탕’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실제 다수의 유사 법안이 대안법안에 반영돼 폐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성대 조성대 교수는 “다른 법안에 반영돼 폐기된다는 것은 기존 법안을 재탕한 법안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내 입법보조기구의 열악한 환경이 부실한 법안 발의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문제다. 조 교수는 “정책보좌관이 있다 해도 의원 개인의 입법 역량에 한계가 있는 데다 예산추계서와 같은 논거 분석을 도울 국회 예산정책처나 입법조사처의 박사급 인력이 각각 100여명 정도에 불과해 내실 있는 법안을 발의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당 중심의 입법보조기구 설치가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10일 국회 법사위소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왼쪽부터), 평화와정의 노회찬,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사법개혁특위 간사가 회동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각 당 간사들 뒤로 계류중인 법안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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