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에틸렌 공급과잉은 미풍?
미국, 올해 700만톤 규모 에탄분해시설 양산…국내 석화업계 "고부가 사업으로 선제대응"
2018-05-01 16:28:56 2018-05-01 16:28:59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북미 에탄분해시설의 램프업(생산량 확대)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에틸렌 가동률이 예상보다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에서 셰일 기반의 신규 에탄분해시설이 가동에 돌입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되지 않겠냐는 우려와 다르게 아직 미국발 공급과잉의 신호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다. 저유가와 견조한 수요로 최근 2년간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올해 미국발 공급과잉 악재를 비켜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7년 대비 2019년 미국 에탄 생산량 증가율을 기존 38.3%에서 35.3%로 3%포인트 낮췄다. 에탄 소비량 증가율도 35.1%에서 32.2%로 내렸다.
 
에탄은 천연가스나 원유에 들어있는 탄화수소로, 미국은 셰일가스를 액화 상태로 바꾼 뒤 나오는 에탄가스를 이용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만든다. 에탄분해시설 신증설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나프타분해시설이 에틸렌 생산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나프타분해시설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나프타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이 2012년부터 미국에 투자한 에탄분해시설들이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가면서 에틸렌이 공급과잉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탄분해설비의 경우 에틸렌 생산비중이 75%로, 나프타분해시설(31%)보다 2배 이상 높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다우듀폰이 연산 150만톤 규모의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지난 3월 쉐브론필립스가 150만톤 규모 설비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최대 정유사인 엑슨모빌도 2분기에 150만톤 규모의 시설을 가동하는 등 미국에서 증설하는 에탄분해시설은 올 연말까지 700만톤, 내년까지 110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미국에서 에탄분해시설이 급증하더라도, 아시아 지역의 에틸렌 수급에는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에틸렌은 기체 상태이기 때문에 가공 과정을 거쳐 쌀알 모양의 폴리에틸렌을 수출한다. 에탄분해시설 신증설이 집중된 미국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는 수심이 얕아 화물선 정박이 어렵고, 물류·운송 등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미국산 폴리에틸렌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에탄분해설비 증가 규모와 에틸렌 생산량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미국에서 증가한 에탄 소비량으로 생산가능한 에틸렌 규모를 348만7000톤, 내년에는 240만2000톤으로 전망했다. 내년까지 1100만톤 규모의 설비 증설이 이뤄지지만, 실제 에틸렌 생산량은 588만9000톤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에탄은 단독 생산이 불가능하고, 원유나 가스 생산단계에서 병행되기 때문에 에탄 자체에 대한 전망은 의미가 없다"며 "미국 에너지정보청의 전망이 맞다면, 미국 에탄분해시설 증설에 대한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역시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발 공급과잉이 수년전부터 예고된 사안인 만큼 그에 맞춰 고부가 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은 지난달 중순 기자와 만나 "미국 에탄분해시설의 신증설은 예정된 일이라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중국에서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데다, 메탄올분해설비(MTO·석탄을 이용해 에틸렌을 만드는 설비)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올해 예상보다 잘 버틸 가능성이 높다"며 "석유화학산업의 다운 사이클(하향)은 하반기쯤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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