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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선관위, 인사 불신 키웠다…'책임론' 도마위로
2018-04-17 15:58:12 2018-04-17 15:58:12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셀프 후원금 논란을 일으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판단을 받고 물러났지만, 선관위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일관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면서 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어서다.
 
17일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의 후원금을 관리하는 선관위가 19대 의원이던 당시 김 전 원장의 잔여 정치자금 처리 문의에 모호한 문구로만 답해 화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한 내역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전날 김 전 원장이 2016년 공천 탈락 이후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는 점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단했고 김 원장은 곧 사퇴했다. 하지만 애초 선관위는 김 전 원장이 해당 문제에 대한 위법 여부를 물어왔을 때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답변만 보냈을 뿐 이후 2년간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김 전 원장이 사퇴의 변에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 이유다. 선관위의 일관되지 않은 제재 과정이 결국 당사자에 반발할 수 있는 여지를 준 셈이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앞서 마땅히 했어야 할 절차도 없이 모호한 답변만 내놨던 선관위가 이제 와 위법 판단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헌법기관으로써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선관위가 자초해 애매하게 내린 결정을 2년 만에 뒤집고 회의를 통해 단 닷새 만에 위법 판결을 내린 배경은 납득하기 어렵단 얘기다.
 
특히 법원의 공직선거법 113조에 대한 유권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는 “공직선거법 113조는 선거매표와 관련한 기부행위 규제 조항으로 이미 김 전 원장의 선거 불출마 시점에 한 기부행위에 위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법해석 적용”이라며 “공직선거법의 최종 유권해석 기관인 법원의 유권재해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가 내린 엉뚱한 공직선거법 유권해석이 앞으로 정치인 기부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문제”라며 “이제라도 법원이 유권해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국회·정부·법원·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가진 독립된 합의제 헌법기관이다. 그런 만큼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서의 사명에 입각해 엄정한 권한 행사를 하고 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임 교수는 조언했다.
 
한편 선관위를 독립 헌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교수는 “선관위가 과연 일관된 입장을 가진 곳인지,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있는 기관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선관위는 선거관리 기능만 가지면 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둔 곳은 우리나라 뿐”이라고 전했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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